우드버닝 수업으로 시작된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의 도전

완성된 우드버닝 작품을 들고 기뻐하는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완성된 우드버닝 작품을 들고 기뻐하는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당진신문=이혜진 시민기자] 농촌 마을의 오전 10시, 콩 수확에, 추수에 농민들이 가장 바삐 움직이는 시간. 그러나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은 이 시간에 논과 밭으로 향하지 않는다. 농사일을 제쳐두고 회원들이 한걸음에 달려간 곳은 바로 해창길에 위치한 황토권역센터다.

반짝이는 눈으로 우드버닝 강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무엇하나 놓칠세라 집중해서 펜을 움직이는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그림 그리는 즐거움에 빠진 회원들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무 위에 도안을 그리고, 우드버닝 펜으로 섬세하게 나무를 태우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이처럼 황토권역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우드버닝과 목공예 교실은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에겐 특별하고 소중한 수업이다. 몇 년 전 마을회관에서 체험 프로그램으로 공예 수업을 몇 번 해본 적은 있지만, 부녀회원들이 함께 모여 오랜 시간 교육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당진포2리 이혜경 부녀회장, 박현옥 총무. ⓒ이혜진
왼쪽부터 당진포2리 이혜경 부녀회장, 박현옥 총무. ⓒ이혜진

당진포2리 이혜경 부녀회장은 “당진포2리는 당진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고, 고대면에서도 끝 쪽에 위치해 그동안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없었다”면서 “올봄, 황토권역센터 김미숙 사무장님이 부녀회원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당진시 신활력 추진단이 공모한 사업에 선정돼 우드버닝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부녀회원들이 참여할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교육 시간이 되면 농사일을 하다 말고 수업을 들으러 온다”면서 “그동안 농사일 때문에 바빠서 만나기가 어려웠던 회원들의 얼굴을 매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부녀회원들은 바쁜 농번기에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늦은 밤 센터를 찾아 나머지 숙제를 할 정도로 우드버닝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그렇게 첫 작품으로 원형 문패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나무 쟁반을 멋지게 완성했다. 

황토권역센터 일원에서 진행된 우리동네 마을캠프 로컬푸드 마켓에 참여한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황토권역센터 일원에서 진행된 우리동네 마을캠프 로컬푸드 마켓에 참여한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당진포2리 부녀회 박현옥 총무는 “우드버닝을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긴 하지만, 작품을 만들다 보니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성격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회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앞으로 무엇을 배우면 더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통해 만남이 잦아진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의 이야기는 수업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졌다. 직접 재배한 고구마와 깨, 옥수수 등의 농산물로 싱싱한 먹거리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고, 지난 14일 황토권역센터 일원에서 진행된 우리동네 마을캠프에서 로컬푸드 마켓을 운영했다. 부녀회원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들은 캠프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혜경 부녀회장은 “고구마 전분과 들기름, 팝콘, 땅콩 등 몇 가지 제품은 완판이 됐고 추가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을 구매자들이 좋아해 주시니 부녀회원들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토권역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드버닝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황토권역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드버닝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이혜진

배움이 마중물이 되어 가능성의 꽃을 피웠고, 첫 도전으로 작은 성과를 이뤄낸 당진포2리 부녀회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어 앞으로도 즐겁게 배우고 신나게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소소한 희망을 전했다. 그리고 황토권역센터를 중심으로 신바람 나는 활동을 이어가 살고 싶은 마을, 찾고 싶은 마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황토권역센터 김미숙 사무장은 “부녀회원들의 활동으로 조용했던 황토권역센터가 들썩이기 시작했다”며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며, 마을의 활성화를 일으킬 해창 언니들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혜경 부녀회장은 “바쁜 시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부녀회원들에게 감사하다”며 “당진 시내까지 나가지 않고도 다양한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황토권역센터가 문화 공간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곳에서 회원들하고 모여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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