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구(새정치민주연합 당진시지역위원장, 세한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에 매달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점심 도시락을 싸갈 수 없어 주린 배를 수돗가에서 채웠다. 고시에 합격하고 검사로 발령 나서야 ‘이제는 굶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쓴 자신의 에세이집 '변방'의 1/3은 이렇듯 홍지사의 배고픔과 가난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지리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던 홍준표 지사의 고백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런 홍준표지사가 지사가 되자마자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업시켜 어르신들을 길거리로 내쫓더니, 이제는 아이들의 밥그릇까지 뺏고 말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5천 달러,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하루 세끼를 못 찾아먹는 조손, 결손가정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눈칫밥은 먹이지 말자고 해서 시행된 게 ‘무상급식’ 이다. 홍지사는 아이들에게 맘 편히 밥 한 끼 먹이는 게 그렇게 싫었던 것인지, 우리들의 미래 주역이 될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찾아 볼 수 없는 참으로 매정하고 무정한 도지사다.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 그리고 상처받을 우리 아이들을 단 한순간이라도 생각해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슬프다. 내달부턴 친구들과 마음 편히 밥 한 끼도 같이 못 먹게 되었다. 교실에서 왁자지껄 웃음도 사라질 것이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부르짖더니, 결국 예산 643억 원을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한다. 무차별적인 부자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며 ‘교육지원 사업’을 중앙일간지에 광고까지 하며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다. 그런데 교육청과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계획도 엉터리다. 졸속정책이라 비판받는 이유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가난’을 증명하라고 한다. 홍준표 지사는 보편적 교육복지인 무상급식을 내팽개치고 차별적 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경남도가 하겠다는 ‘교육지원 사업’은 교육청의 기존 교육복지사업과 중복우려가 있어 예산낭비 지적도 일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하다. 검사시절엔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겠다’며 ‘억강부약’(抑强扶弱)정신으로 세상을 평정하겠다며 다짐까지도 했었다. 본인이 찢어지게 가난을 겪어왔기에, 불공평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신념도 넘쳐흘렀다. 그런데 도지사가 되자마자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업시켜 어르신들을 내쫓고, 이번엔 아이들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 심지어 이젠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라며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부디,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길 바란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정치인이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왜 시장 직에서 쫓겨났는지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도지사 선거 땐 “무상급식 전면 확대 하겠다”, 지난해 6월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행복한 미래를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자기 필요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정치인에게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최근 새로 생긴 우리말 가운데서 ‘갑질’이란 말이 있다. 땅콩회황사건으로 갑자기 유명해진 이 말만큼 최근 우리나라에 성공을 거둔 단어는 없지 않나 싶다. 두 음절로 간결하면서도 이미 존재하는 어떤 단어도 표현할 수 없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그 말을 처음 듣더라도 당장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는데다, 그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뉘앙스까지 같이 느끼게 해 준다. 부디 바라건대, 홍준표 지사는 경남도민이 잠시 위임해준 권력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하는 짓거리를 당장 걷어치우길 바란다. 아이들의 밥값, 643억 원은 경상남도 예산 7조원의 조족지열(鳥足之血)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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