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철(송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모든 인간의 삶에는 라이프 싸이클(life sycle)이 존재한다. 라이프 싸이클(life sycle)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각 발달 단계에 따라 성장과 성숙의 단계를 지나서 은퇴의 길을 가게 되는 단계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라이프 싸이클(life sycle)속의 한 세대인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은퇴가 빠르게 진행 되어 가고 있으면서 이들의 번민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본래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라는 말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로 2억 6천여만명의 미국 인구 중 29%를 차지하는 미국 사회의 새로운 주도 계층으로 떠오른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제 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떨어져 있던 부부들이 전쟁이 끝나자마자 재회하여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이어가고 젊은이들도 전쟁으로 인해 미루었던 결혼도 한꺼번에 진행된 덕분으로 아이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세대로서 이들 베이비붐(Baby Boom)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성(性) 해방과 반전(反戰)운동, 히피(hippie) 문화, 록(rock)음악 등 다양한 사회·문화운동을 주도해 왔다.
특히 히피(hippie) 문화는 베이비붐(Baby Boom)세대가 앓았던 전형적인 질병중의 하나였다. 현재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국 대통령과 앨 고어( Al Gore) 전 부통령을 비롯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등 베이비붐 세대의 연장자 그룹이 이미 미국 내 정치 사회 문화 등에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등장했고 빌 게이츠(Bill Gates) 등이 다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 25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시점부터 산아 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되기 시작한 시점 이전까지의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의 9년 동안  출생한 인구를 칭하며,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규모는 2010년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712만 5천명으로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인구 중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라고 할 수 있는 세대이다.

  이러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한국 현대사의 실질적 주역으로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세대이며,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의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직면하여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첫 세대기도 하다.

  부모로부터는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독립하여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해야 했던 세대들이면서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부양하고 공경하면서 살아야 했으며 "조기유학 이니“, "기러기 가족(아빠)" 이라는 신종어를 만들 정도로 자식들에게는 희생을 무릎 쓰고 무한정으로 뒷받침을 하면서도 은퇴 후 아무런 도움도 받기 힘든 세대들이며, 노후에는 막상 자식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는 첫 세대가 우리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들이다.

  1960년대는 보리 고개의 배고픔을 직접 겪으며 공부를 해야 했고, 1970년대는 비틀즈(The Beatles)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에 열광하며 외국 문화를 첫 경험했던 세대들이며, 1980년대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부동산 붐과 주식 열풍으로 조금이나마 경제적 혜택을 누렸던 세대이기도 하다. 1990년대는 젊은 세대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선배 세대들에겐 억압을 당했던 샌드위치(sand with) 세대로서 이젠 어느덧 퇴직을 해야 하고, 노년(老年)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이지만, 은퇴 후의 노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가 나의 모습이며, 동 시대를 살아가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모습이다.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는 인생의 일곱 단계를 그린 연극(meta theater)으로 유명한데 마음속을 찡하게 만든 대사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세상은 하나의 무대요. 인생은 자기가 맡은 역할을 위해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배우..."라고 한다.

 이제 내 나이도 60세를 바라보면서 거울에 비쳐진 내 머리의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흰 머리카락들이 점점 많이 보여 진다. 이마엔 주름의 깊이가 깊고 굵게 자리를 잡아가고 몸의 동작은 점점 느려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곤 한다.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말하는 무대에서 나는 무슨 연기를 했을까?.....

  어느 TV 광고 카피에 "신혼(청춘)은 짧고 인생은 길다" , "아름답고, 편안한 노년을 위하여...“라는 소리가 뇌리를 스치면서 귓가에 맴돈다.

  이런 번민은 필자 뿐 아니라 은퇴와 함께 노년기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들의 번민 일 것이며, 깊어져 가는 가을 하늘 아래 나뒹굴어대는 낙엽들을 밟으며 인생의 연극 무대에서 맡은 역할을 마무리하고 퇴장하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들의 아름다운 번민으로 비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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