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은 안했지만, 했습니다?” 당진시의 황당 소통

난개발방지지침 관련 설명회 이전 ‘의견수렴 됐다’ 보도자료 배포해
분개한 시민단체, 형식적 요식행위로 규정 “시민과의 약속 위반, 규탄할 것”

시민과의 대화를 강조한 김홍장 시장의 새로운 소통방법이 원성을 사고 있다. 당진시는 난개발방지를 통해 환경파괴를 막는 장치였던 ‘당진시 친환경 개발을 위한 업무처리 지침’의 폐지 내용을 담은 설명회를 지난달 31일 오후 2시로 잡았지만, 설명회가 열리기 전 당일 오전 9시께 이미 ‘시민단체와 의견 수렴이 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
결국 해당 보도자료는 고스란히 인터넷 언론매체에 실렸고, 당진시의 설명을 듣지 못한채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며 설명회를 불참하는 등 당진시 초유의 거짓 소통을 비난하고 나섰다.
황당한 당진시의 불소통 사건은 지난달 31일로 돌아간다. 이날 시민단체와 기업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해안선 산지전용 제한과 환경위해 업종을 규제해왔던 ‘당진시 친환경 개발을 위한 업무처리 지침’의 폐지를 담은 내용으로 오후 2시, 소회의실에서 계획되어 있었다.
해당 지침은 해안가 인근 산지의 경우 해안선(만조시)으로부터 100m이내 산지전용허가 제한, 100~500m이내 조건부 제한과 개별공장의 입지면적 15,000㎡ 및 환경에 위해한 105개 업종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난개발을 방지하고 개별입지를 제한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당진시는 이미 당일 오전 9시경 모든 의견수렴이 된 것 마냥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31일 시민단체에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폐지를 확정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며, 업무처리지침을 경제활성화의 ‘손톱 밑 가시’라며 장애물처럼 표현·비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환경운동연합, 당진문화연대,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입지 제한, 난개발 방지를 위해 규제해왔던 업무처리 지침을 의견수렴도 되지 않은 상태서 폐지 확정한 것은 김홍장 시장이 취임 두 달 만에 시민과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는 개별입지 제한을 전면 폐지하면서 최소한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마치 시민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처음부터 의견수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시장은 지방선거 기간 중 내걸었던 공약사항을 뒤집겠다는 것이며,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음에도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최소한의 소통과 논의도 거치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폐지 하루 전날 열었다는 점 역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환경파괴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몇몇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난개발을 허용한다면 당진에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설명회를 불참했다.  
결국 시민단체 인사들은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다른 한쪽에서는 반쪽짜리 설명회가 동시간에 진행됐다. 시민단체가 불참한 설명회는 썰렁하기만 했고, 기업관계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진행되었다.
생각지 못한 시민단체의 반발에 당진시는 오후 3시 30분께 수정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31일에는 시민단체에 관련 사항을 설명했다’고 정정했으며, 법적 기준이 없어 지침을 부득이 폐지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또한 기존 업무처리지침을 경제활성화의 ‘손톱 밑 가시’로 비유했던 것을 ‘당진시,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규제완화 나서’라는 제목으로 대폭 순화시켰다.
당진시 관계자는 “가장 먼저 설명회 이전 배포된 보도자료에 대해 시민단체에 사과를 드렸다”며 “언론사들의 지면편집 원활성을 위해 대부분 오전시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배포 일자를 따로 설정하지 않아 인터넷 기사들이 바로 기재되어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며 “김홍장 시장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했고, 해당 지침 폐지를 확정하고 발표를 통해 알리기 보다는 사전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나누라는 지시가 있었다. 일정을 잡다보니 공교롭게 폐지 확정 전날 잡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난개발방지 지침을 유지하는 것은 법적근거가 없으며,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는 중앙정부의 압박도 있었다. 더 이상 폐지를 미룰 수 없었다”며 “제도적으로 어쩔 수 없이 폐지를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현행 유지 하겠다는 또 하나의 핵심이 존재한다. 앞으로 환경단체와 심의회를 운영해 자문을 구하고 협조를 통해 난개발을 방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지침을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것은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김홍장 시장이 내세운 약속을 저버린 일이며, 당진시의 환경피해가 매우 우려된다”며 “현존하는 난개발방지의 업무처리지침을 수정하고 보완해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올바른 것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또 “결국 당진시는 부동산업자, 설계업자들의 압박을 못 이겨 유례없는 지침 전면 폐지를 강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난개발 종합대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개별입지를 제한하고 계획입지의 방안을 찾고,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형성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결국 지난 1일부로 해안선 산지전용 거리규제, 기업유치 면적 및 환경위해 업종 규제 등이 담긴 중요한 업무처리 지침은 시민단체와의 의견수렴 및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진시 독자적으로 전면 폐지된 상태다.
당진시는 앞으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포함한 민원종합실무심의회를 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를 함께해야할 시민단체는 등을 돌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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