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위기에 대해 세계적이니 국가적이니 하고 더 이상 언급할 여유도 없다. 국제정세를 돌아보며 거시적으로 따지고 연구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가 못하다. 도탄에 빠져가고 있는 우리의 민생문제가 화급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생은 지금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이다. 거의 숨이 넘어가고 있다. 빨리 손을 내밀어 건져내지 않으면 기어이 목숨을 잃고 말 급박한 마당에서, 딴청을 피우고 있는 참으로 태평하고 한가한 이들이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지난 3일 민주당이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만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의를 열자 사흘째 불참하던 민주당이 급기야 모든 상임위원회 거부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국회가 하는 모양새를 봐서는 새해 예산안도 법정시한 내 처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민생도 민생이지만 국회의 헌법 경시도 한계를 떠난 지 오래다. 어째서 국회는 구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인지, 또 어째서 국민은 그런 국회를 속 끓이면서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18대 국회는 첫 정기국회를 개원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국회, 민생을 우선으로 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국민께 약속을 하였다. 결과는 명백한 식언이었다.


그들 눈에는 과연 민생이라는 것이 보이기나 하는지, 보인다면 그들에게 민생은 무슨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의 팔에 매달려 흐느끼는 가락동 시래기노점상 할머니의 눈물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아무래도 우리의 민생은 그들에게 지고지순의 가치가 되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민생이란 우리 민생만의 민생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민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보다.
민생법안은 언제나 뒷전에서 정쟁의 격돌과 흥정과 거래를 보면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어찌 야당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거대여당의 무능이거나 태평이거나 사명감부족이거나 다른 무엇이거나 변명의 여지는 없다.
철밥통이 떠오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철밥통, 근본적인 이유가 그것이었나.


도탄에 빠져 서민이 헤매고 있는데도 이런 속수무책의 태평스런 국회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 존재의 끈질긴 생명력이 경이로울 뿐이고, 그 후안(厚顔)의 두께를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뿐이고, 무치(無恥)의 수준이 도달한 그 높은 경지에 감탄을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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