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완· 이재서 팀 인터뷰

[사람들] 유해조서 퇴치를 위한 2달간의 노력. 전승완· 이재서 팀 인터뷰

최근 5년간 전국의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총 673억원으로 연평균 134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 피해 사례로는 멧돼지로 인한 피해액이 310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46%를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고라니, 꿩, 까치, 청설모 순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당진에는 멧돼지에 의한 피해는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고라니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수확기 피해 방지 기간’이라고 해서 지난 7월 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유해조서를 포획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4개 단체에서 활동한 이번 사업에는 약 20여명의 인원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어 유해조서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는 약 700마리 가까운 고라니들이 잡혔다. 들판에서 추수가 끝나고 나서야 제대로 수렵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유해조서 방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한 팀을 이루어 활동한 전승완(58, 고대면)씨와 이재서(49, 순성면)씨를 만나보았다.
두 사람은 약 12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서로 손발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2달이 체 안 되는 활동 기간에 고라니만 226마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호흡이 잘 맞아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팀원이 더 많은 데도 있다고 들었지만, 저희는 둘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전승완씨의 말이다. 당진에서 포획된 고라니 700마리 중 30%로를 잡았으니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이재서씨는 “오전 8시에 엽총을 받아서 새벽2시에 반납하게 되어있습니다. 고라니가 활동하는 시간이 저녁 이후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활동시간은 오후 7시가 지난 이후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때부터 새벽까지 당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라니 위주로 잡게 되죠”라고 말한다. 각자의 생업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활동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유해조서를 방재한다고 해서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전승완 씨는 “일단 수렵활동을 좋아하니까 가능하죠.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유해조서를 잡는다는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서씨 역시 “이 일을 하다보면 욕심도 생깁니다.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한번 일을 하면 제대로 하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몇 달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에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다가도, 자식들 한됫박이라도 더 주겠다고 조그마하게 농사짓는 우리네 부모님들 생각에 짠한 기분이 들지요. 몸들도 편치 않으신 노인네들이 힘들게 지은 농사를 자식새끼 입에 넣지도 못하고, 고라니 같은 유해조서들 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힘들어도 몇 달이니 참고 해야겠다 싶어요”라고 말한다. 거친 남자의 모습을 했지만, 의외로 따뜻하다. 이 팀은 80%정도는 포획에 성공하고 나머지 20% 정도는 놓치게 된단다. 하지만 총에 맞은 고라니 같은 경우에는 도망가더라도 결국은 오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육체적 피로 말고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민원이죠. 밤늦게 총소리가 나니 일반 주민들이 얼마나 놀라겠어요. 총소리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오긴 합니다. 이 점이 주민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활동에 어려운 점입니다” 또다른 점은 없을까? “아무래도 시간 내서 일하는 건 좋은 일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실비 지원 정도는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워낙 차타고 이동을 많이 하다 보니 기름값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죠. 하룻밤에 기본 5만원 이상은 들어갑니다. 봉사활동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기름값 달라고 할 처지는 못 되지만요. 그 외에도 활동에 어려운 점 중 다른 한 가지는 활동시간입니다. 아무래도 고라니를 많이 잡으려면 아침 무렵까지 하는 게 좋은데 총기반납시간이 새벽2시까지다 보니 정리하고 이동을 고려하면 자정 전후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조정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아침 8시부터인데, 오전시간을 줄이고 새벽시간을 늘렸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농민들의 피해를 생각해 열심히 활동하는 두 사람을 보니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여러 방면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유해조서들이 남아 있다. 작년에 잡은 고라니가 700여 마리인데, 올해도 비슷하게 잡혔다고 한다. 환경과에서 추정하기로는 잡은 고라니의 2배 이상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늦여름부터 수확기까지는 수풀과 작물이 우거져 잡기 힘드니만큼, 동절기로 방제기간을 더 갖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과에 의하면 올 12월이나 내년 1월중에 집중 방제기간을 한차례 갖는 것을 계획 중이다. 그때도 두 사람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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