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 편] 빈 지게
[詩 한 편] 빈 지게
  • 당진신문
  • 승인 2022.09.01 19:38
  • 호수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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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권철구
시인 권철구 ⓒ당진신문
시인 권철구 ⓒ당진신문

그렇게 평생 지고 다니더니
아버지 쟁기마저 외양간 앞에 벗어놓고 
어딜 갔을까 
불러도 새파란 살구나무 잎만
바람에 흔들린다

옆집 사람 애써 키운
애호박 쌈 싸듯 가져갔다네
굵은 밤알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건네주던
성기고 꺼멍 그 손은 정에 젖었었지

모기에 쫓기고 갈 뱀 무섭다는
날 더러 어여 가라고 흔들던
그 손길은 집 앞 양지 바른 곳에 놓인 
물 바래고 삐딱한 의자를 잡고 섰다

조금 좋아지면 만나자 했는데
오늘도 집 앞을 지나며 부른다
뭐해요 방죽길 걷자구요

어설픈 이별이 홀로 볕을 쬐며 술잔을 채운다


약력

계간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원, 「현대계간문학」작가회 행사분과위원장, 시집 : 『누름』 출간 외, 공저시집 『서랍 속에 시간』 당진문인협회, 당진시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