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여성가족과 가정폭력 시민 인식 설문조사 실시
응답자 27.2% ‘한번 폭력 저지른 가해자 분리 조치 필요 없어’
극소수 응답자 “술 마시고, 화 나면 가정폭력 할 수 있다고 생각”
“가해자 언어, 의식에 길들여 큰 폭력 불러일으킬 잠재적 위험” 경고

가정폭력 시민 인식 설문조사 ⓒ당진신문 김진아 PD
가정폭력 시민 인식 설문조사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에서 거주하는 시민들은 가정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진시 여성가족과는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여성 806명(78.9%)과 남성 212명(20.7%) 등 1,022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시민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정폭력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72명(7%)으로 적었지만, 가정폭력을 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었던 사례는 많았다. 

주변에서 가정폭력을 의심할만한 고함소리, 싸움소리, 우는소리 등의 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응답자는 225명(22%) 그리고 주변에서 가정폭력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98명(9.6%)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폭력이라는 범주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낮다. 우선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극소수지만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27명(2.6%) △술을 많이 마시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40명(3.9%)이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180명(17.6%)은 어릴 때 학대를 당한 사람이 가정 폭력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만큼 가해자의 행동에 합리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가정폭력을 한 후 상대방이 뉘우친다면 용서할 수 있다 257명(25%) △폭력 행동을 한번 저지른 사람은 분리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278명(27.2%)의 조사 결과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우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직 남아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외에 지난 1년간 가족에게 가끔 또는 자주하는 행동에 대한 기혼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 562명 가운데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항목에 120명이 가장 많이 응답했으며, △가끔 98명 △자주 17명 △매우많이 5명으로 나타났다.

욕을 하거나 모욕 적을 말을 하는 사례에도 106명(가끔 95명, 자주 9명, 매우많이 2명)이 응답해 두 번째로 많이 응답했으며, 이어서 △경제권을 독점하려고 한다 87명(가끔 62명, 자주 16명, 매우많이 9명)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60명(가끔 44명, 자주 8명, 매우많이 8명) △나의 핸드폰을 수시로 보려고 한다 55명(가끔 44명, 자주 8명, 매우많이 8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발생해도 도움 요청 꺼려

폭력은 신체뿐 아니라 언어·정서·경제·성도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간에 할 수 있는 행동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정폭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는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배우자가 처벌받게 되거나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하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정문제와 가정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상담소를 이용하겠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실제로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들 가운데 가정문제 및 폭력 등으로 상담소 등 유관 기관 이용률은 3.2%로 굉장히 낮다.

당진시 여성가족과 임정규 팀장은 “가정폭력은 개인의 사적공간과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피해자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 위한 사고, 패턴 노력 등 보다는 가족 중시의 사고와 행동 등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가해자의 언어, 의식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더 큰 가정폭력을 불러일으킬 잠재적 위험이 내포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정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문화를 개선하고, 피해자 가족에 대한 상담 및 보호조치 및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기관에 대한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폭력예방상담소 강정아 소장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이유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가부장적 의식과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보통 술 안마시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보통 여성들은 가정폭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부장적 분위기로 피해자는 가정폭력을 인식하기도 어렵고, 피해자가 말해도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에 외부로 알리는 것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가정폭력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력이다. 피해자가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취업이든 창업이든 무엇이든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더욱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 방안과 폭력으로 인한 무기력에서 일어설 수 있는 정서지원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회사에서도 성희롱예방교육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예방교육도 함께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진시는 가정폭력시민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담당부서 및 유관기관에 설문조사 내용을 제공하고, 여성안전안심 신규시책을 발굴하는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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