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귀농귀촌]
유학파 청년농부의 도전...대호지면 사성리 대호팜 박상욱 씨 
공무원 목표로 도시에서 대학 생활, 유학 후 농업으로 진로 바꿔
“네덜란드, 일본에서 농부는 전문직...명예로운 직업으로 생각”

[당진신문=이석준 기자] 젊은 사람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빈집만 남은 농어촌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사람은 도시로 향하는 게 대세인 지금 오히려 농어촌에 정착한 청년들이 있다. 농업, 어업, 창업에 이르기까지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무기로 도전을 멈출 줄 모르는 청년의 좌충우돌 도전기. 그들을 만나보고 사연을 들어보기 위한 코너를 마련했다. 

대호지면에서 2만평 규모의 논밭에 고구마와 벼농사를 짓는 청년농부 박상욱 씨는 농사를 시작한지 5년차다. 당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 농사를 경험한 박 씨는 한여름 밭에서 뼈 빠지게 고생하는 농사가 정말 싫었다.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리라 마음먹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향했다.

군대에 다녀오기 전 서울에서 살며 도시 생활에 녹아들었고 대학에 진학 후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이후 대학과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을 준비하던 그를 다시 농업으로 이끈 것은 캐나다 유학생활이었다.

“공무원을 목표로 부족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어요.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나름 수입도 나쁘지 않았죠. 한국에 돌아가면 요식업을 창업할까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때까지도 공무원을 준비할지, 창업을 할지 고민했지 농사를 시작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진로변경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유학 중 캐나다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자 친구들은 박 씨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대단하고 부러운 직업이라거나, 심지어는 명예로운 직업을 가졌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캐나다에서 농부라는 직업은 소득수준도 높고 전문적인 직업으로 대우 받더라고요. 유학생활을 하며 영어가 늘고 현지 사람들과 대화도 하다 보니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그때까지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거든요. 그쯤부터 부모님의 뒤를 이어 농업에 종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유학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온 박 씨는 교환학생을 통해 해외의 선진농업을 직접 경험 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경험한 선진농업과 전문적인 이론을 활용한다면 농사가 창업보다 훨씬 리스크가 적고 비전 있는 직업이라고 판단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에서도 농부는 전문직으로 분류되고, 소득도 높더라고요.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직업 만족도로 높았어요. 저는 대학과 외국에서 다양한 농업지식도 공부했고, 부모님이 농사도 짓고 계셔 논밭도 있고, 어릴 적 농사도 도와드려 봤으니 졸업 후 바로 귀촌해도 농사를 잘 지을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졸업 후 바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당진에 돌아왔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대학과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배운 농업이론과 실제 농업 현장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작물을 선택하고, 키우며, 수확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

“저는 농부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 농사경험도 있고, 대학과 해외에서 선진농업을 접한 경험도 있어 농업기반이 탄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농사를 시작해보니 그 지역에 맞는 작물, 기후에 맞는 생육법, 수확시기 등 이론과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그 결과 첫해 기대했던 것보다 수익이 너무 적어 크게 실망했죠”

첫해 실패를 경험한 박 씨는 농사 공부를 다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날의 작업을 기록하는 영농일지를 작성했다. 그날의 작업, 날씨, 작물의 상태 등을 기록한 영농일지를 다음해 농사를 지을 때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한 번 농사를 지을 수 있어 10년 동안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10번의 사례밖에 경험하지 못해요. 또한 기온과 강수량 등 변수도 많기에 객관적인 데이터 축적이 어렵죠. 이것이 농업은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인 것 같아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농사가 제법 익숙해져 능숙하게 영농작업을 해내고, 주변 농가를 도와주기도 하는 등 제법 농부태가 난다.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고구마는 재구매율이 제법 높은 편이다. 또한 유튜브 채널 ‘팜스티비’를 통해 농사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조회수 18만회 영상도 있고, 구독자도 1만명을 넘었다고.

“유튜브를 통해 농사 짓는 모습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도 들어주며 소통하기도 해요. 댓글에 귀농귀촌에 대한 문의도 많은 편인데 농사는 생각보다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요.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는 직장인 연봉보다 적게 벌수도 있어요. 농장이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사를 경험해보고 귀농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하고 싶네요”

박 씨는 향후 농사와 유튜브 뿐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농가숙박체험, 축산업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정해진 토지에서 농사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한 상태지만 향후 대호지면의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농가숙박을 확대 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대호지면은 아직도 반딧불이가 나올 정도로 환경이 보존돼 있거든요. 지금도 가끔씩은 농사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항상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니, 귀농귀촌, 농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은 분들은 부담없이 대호팜 청년농부 박상욱을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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