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82]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요양보호사 반봉순 씨
“아이들과 어르신이 마음 나누는 공간 만들고 싶어”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주말에 찾아뵈면, 저에게 늘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평일에 했었던 일들을 미소를 띄우며 말씀하셨어요. 그 후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제2의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요양보호사 반봉순(52세) 씨는 요양보호사로서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직업적 소명을 알리기 위해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오래전 유치원 교사였던 반 씨는 육아와 일을 하느라 아픈 친정엄마의 병간호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평일에 그녀의 친정엄마는 요양보호사와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반 씨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고마움과 새로운 인식을 가졌다고.

처음에는 어르신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요양보호사로서 일을 시작했지만, 일부 어르신들의 가정부처럼 대하는 모습 때문에 일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0여년간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점차 변화되어가는 어르신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하루에 한 번 산책을 꼭 하셔야 하는데, 무더운 날에는 한 낮에 산책을 나갈 수 없었죠. 그러니 저에게 해가 없을 때 산책을 함께 나가달라고 부탁하셨고, 한 달간 일을 마친 이후에도 어르신 산책을 도와드렸어요. 산책을 함께하기로 했던 마지막 날에 어르신은 제가 산책을 함께 다닌 덕분에 다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어요. 일 하며 느끼는 보람은 별 거 없어요. 어르신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제게 힘든 일을 씻겨낼 만큼 위로가 되니까, 그래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양보호사는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어르신들의 신체활동과 가사활동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이다. 그러나 흔히 요양보호사를 어르신의 개인 가사도우미로 인식을 하는 문제는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저 역시 어르신의 집안일을 부탁받았던 경험이 있었죠. 다행히 최근 요양보호사가 전문 인력이라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어르신을 대하는 관계 정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르신이 저를 어떻게 부르던, 저는 어르신을 ‘어르신’이라 부르죠. 친근하다는 의미로 아빠, 엄마 혹은 다른 호칭으로 부르게 되면 자칫 관계가 깨질 수 있으니까요. 친근함은 생활 속에서 다른 부분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반봉순 씨는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며 마음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다.

“유치원 옆에 요양시설을 지어서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건강한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함께 텃밭 가꾸기 등에 참여하실 수 있겠죠. 아이들은 어르신과 함께하며 다양한 생활 습관을 배울 수 있고요. 언젠가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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