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장 발언대 편현범 송악읍 월곡리 이장

편현범 이장
편현범 이장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도시인에게는 낯선 나라의 호칭쯤으로 여겨지는 이장. 이장이라는 존재는 마을의 행복을 위한 마을경영을 해오고 있는, 작지만 큰 CEO다. 이에 본지는 ‘이장발언대’를 통해 마을의 불편사항을 토로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월곡리는 마을 모양이 반월(半月) 모양이라 다라실[月谷]로 불렸으며, ‘다라’는 달을, ‘실’은 실[谷: 마을]을 뜻하므로 월곡(月谷)으로 불렸다고 전한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발췌)

기자가 편현범 월곡리 이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12년이었고, 당시 월곡리 주민들은 철탑(송전탑)이 마을을 지나게 되는 ‘GS EPS~현대제철 송전선로 건설사업’ 반대 목소리를 높였었다. 마을에 이미 소형 철탑이 있는데 대형 철탑이 또 들어서게 되는 문제였다. 

당시 편현범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GS EPS, 당진시청 등에서 반대 집회를 하며 송전선로 지중화와 월곡리 전체 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했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후인 현재, 오랜만에 편현범 이장을 만난 지금, 주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철탑은 이미 마을에 자리 잡았고, 일부 주민은 이주를 했지만 전체 주민 이주대책 요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월곡리에는 92세대, 16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편현범 이장은 1956년 월곡리 출생으로 거의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약간의 논농사와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월곡리 토박이다.

8년여 전과 마찬가지로 요즘도 이장의 고민은 철탑이다. 철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형 송전탑(345kv)이 있고, 소형 송전탑(154kv)이 있는데, 두 종류의 송전탑이 모두 월곡리를 지난다.

편현범 이장은 “소형철탑은 주민들이 잘 모르던 시절에 들어섰다”며 “345kv 철탑이 마을에 4~5개 정도가 있는데 철탑에 설치된 예비전선에 앞으로 추가 전력이 더 흐를 예정이라고 하니 철탑 전력량이 690kv가 되는 셈이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암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 된다”며 “주민들이 연로하니 여기저기 아픈 것은 당연하지만 사망자가 늘어나면, 전자파 의심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바람이 부는 날에 송전탑 전선이 흔들리며 ‘붕붕’하는 소음이 난다”며  “땅 보러 온 사람들도 도로 옆이라 여건이 좋은 땅이라도 철탑을 보고는 가버린다”고 말했다.

철탑에서 떨어진 곳에는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듯한 예쁜 주택들도 보였다. 편현범 이장은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화됐지만 부모님을 찾아 귀촌하는 등 젊은 사람들이 이주해오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고령화로 사망자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마을 인구가 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편 이장은 “마을을 지나는 송전선이 (타지역) 도시 사람들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도시민들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도 토로했다.

“개발행위 내주고 사후관리 안 되는 듯”

공사로 파헤쳐진 마을의 야산. 토사로 인해 주민 피해가 있다고 한다.
공사로 파헤쳐진 마을의 야산. 토사로 인해 주민 피해가 있다고 한다.

월곡리에도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되거나 사후관리가 잘 안돼 주민이 피해를 입는 민원이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보니 파헤쳐진 산과 공사중 풀륨관(배수로)가 파손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었다. 우천시 토사가 쉽게 흘러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조치가 돼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편현범 이장은 “시에서 개발행위를 너무 쉽게 내주고 사후관리는 잘 안 되는 듯하다”며 “개발로 인해 민둥산으로 만든 곳이 있고 토사가 흘러 농사에 지장이 있는 곳이 있어, 시에 민원을 여러 번 넣었지만 시정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리기 마련이라는 것. 을씨년스럽게 파헤쳐진 야산 공사 현장들 중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공사 현장 관계자들 간의 법적 다툼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관련 없는 애꿎은 마을 주민들만 피해를 입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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