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제정 후 1년 5개월 동안 파악한 공공조형물 22건에 그쳐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태식, 홍난유 비석 여전히 방치
당진시 “단죄비, 친일 행적 문구를 넣는 등의 방안 마련 할 것”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태식 공적비(남산공원)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태식 공적비(남산공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시유지에 친일파 공적비가 버젓이 세워져 있음에도 당진시가 친일 잔재 청산에 안일하게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조형물 조례에 따라 당진시는 친일파 공적비를 조사해야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당진시의회 조상연 의원은 친일 인물의 공적비를 파악하고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조례안을 발의했다. 

당진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서 정한 공공조형물은 공공시설에 건립된 회화나 조각, 공예, 사진, 서예 등 조형물과 상징탑, 기념비, 상싱물 등 상징조형물 등을 말한다. 조례에 따르면 시유지에 세워진 친일파의 공적비는 물론 모든 비석들은 관리 현황에 올려져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비석에 대해서는 당진시가 위원회를 구성해 이설 또는 철거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진시가 1년 5개월간 파악한 공공용지에 설치된 조형물은 단 22개뿐이다. 당진시는 시유지인 남산공원과 시가 관리하는 당진문화원에 세워진 비석들은 물론 조례에서 정한 공공조형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당진시의회에서 진행된 문화관광과 소관 시정질문에서 조상연 의원은 “각종 조형물이 공공시설에 무분별하게 세워지고,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조례 제정 후 1년이 지났는데도 22개만 파악했다는 것은 조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홍난유 선정비(당진문화원)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홍난유 선정비(당진문화원)

특히 당진 남산공원에는 친일인물사전 명단에 수록된 당진 출신의 관료·정치인 출신 인태식 씨의 공적비가, 그리고 당진문화원에는 1903년부터 1905년까지 당진군수로 재직한 홍난유 씨의 선정비가 세워져 있지만 여전히 방치되어 있다. (관련기사: 당진 남산공원과 문화원에 버젓이 세워진 친일파 공적비, 1320호) 

광주공원에 있던 홍난유의 선정비를 뽑아 옮기고 그 앞에 단죄문을 설치한 광주광역시의 모습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상연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용지에 조형물을 난립하는 것에 대한 방어막을 갖기 위해 당진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었다”며 “실질적으로 조례 발의를 한 의미로는 사적인 역사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비석 같은 것을 세우면서 내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데, 정확한 사실로 근거해 세워지는 것이 맞다”며 “조례에 따라 당진시는 친일 인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인태식 씨 공적비와 홍난유 씨 선정비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진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그동안 세워진 조형물을 한 부서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마을의 이정표나 개인이 세운 조형물에 시의 예산을 투입해 관리해야 하나 싶어서 조례의 공공조형물의 범주를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범주가 명확해지면 관리를 어떻게 할지를 구체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석 같은 경우는 한참 오래전에 군청사든 관아에 얘기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세워졌을 것”이라며 “후대에 와서 친일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무작정 엎어버리고 없앨 수는 없으니까, 실태조사를 통해 단죄비나 친일 행적을 알리는 문구를 넣는 등의 방식을 향후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해 시민에게 객관적으로 사실을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6일 충남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지역 내 남아있는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충청남도 친일잔재 조사 및 연구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 충남도의회의 친일잔재 관련 조례 제정에 따라 당진시 친일 잔재 청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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