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대안 없는 사회 속, 대안교육을 선택한 사람들 
[기획연재] 대안 없는 사회 속, 대안교육을 선택한 사람들 
  • 당진신문
  • 승인 2020.11.07 06:00
  • 호수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은이와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

대한민국은 모두가 제각각인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진신문에 아름숲기자단으로, 통일부기자로 기사를 내던 다은이와 같은 학교 선배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과는 다른 즐거운 공부에 대한 것이다. 서툴지만 궁금해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로 편견 없이 대안적 교육을 경험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대안학교 학부모 김영경  ※이 기획 기사는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에 연재됩니다.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당진신문=이다은] 아이의 선택이었든 부모의 권유였든 모두가 가는 길을 가지 않은 다는 선택에는 불안이 따른다. 특히나 인생을 먼저 살아본 부모님이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특히나 취업률이 낮고, 직업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중, 고등학교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대학생이 되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시간을 보낸다. 

아름다워야 할 10대, 20대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직장을 위해 아낌없이 써버린다. 그런데 이런 세상의 흐름과는 다른 선택을 한 분들이 있다. 10년 이상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대안학교 학부모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3학년 학부모 박진교
3학년 학부모 박진교

●대안 학교를 선택하신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크게 두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첫째는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부모님들, 아니 나라 전체가 동의하면서도 못 풀고 있는 문제일 텐데, 일반학교가 교육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중학교 때부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초등학교 때는 부모의 교육철학과 안내에 따라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었는데 중학교부터는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너무 힘들거라는 생각에서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되었구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가 도시에서 나서 자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 미안함 등이 있었어요. 그래서 간혹 주말 농장 등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만 당연히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느꼈죠. 그런 면에서 도시형이 아닌 금산의 대안학교를 선택했던 점도 있구요. 그리고 청소년기에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만남, 경쟁이 아닌 진정한 친구와의 만남, 갈등을 넘어선 진정한 어른들과의 만남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요.

●대안 학교를 보낸다는 게 일반적인 선택은 아닌데요, 보내시면서 불안한 점은 없으셨나요?

불안하다기 보다 안타까운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직은 어린 나이인 것 같은데, 특히 아빠로서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보살피고 사랑을 전하고 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이가 멀리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안쓰럽고 아쉽고 했죠. 그렇지만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었고, 그 많은 선배들도 다 해 온 것이라 큰 걱정은 없었죠. 

다만 학교 규모가 작아서 친구들과의 만남의 폭이 좁은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 지내보니 장시간 깊은 만남을 통해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귐이 깊어지는 등 장점이 훨씬 큰 것 같아요.

●일반 공교육과 대안 교육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만, 무엇이 다른지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녀를 보내시면서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교육과정, 즉 배우는 내용에서부터,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 학부모와 학생 간의 관계, 학부모와 학교와의 관계, 학부모 간의 교류와 관계 등 너무나 많은데... 우선은 교육의 목표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반학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학교 입시에 매몰되고 무한 경쟁에 떠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대안학교는 ‘스스로 서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지향이 실천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자립과 협력적 삶을 위한 공부의 속근육을 키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입학해서 중학교 1학년 때는 일반학교 아이들과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중 3 졸업할 때쯤 되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입학하고 나자마자 중 1 때부터 서울과 금산을 저희들끼리 고속버스로 스스럼없이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특히나 기숙사 생활로 떨어져 살기 때문에 어느 날 몸만이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적으로, 그리고 행동거지가 훅 커 버린 아이를 대할 때면 이 아이가 중 3 내 딸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고요. 

특히 저희들끼리 뭔가를 집단으로 해낼 때 보면 그런 생각이 더 확연해지고 뿌듯해집니다. 이대로 고 3쯤 되면 정말 독립적 자아로서 세상을 살아낼 수 있겠다 하는 믿음과 안도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즘 캥거루족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째든 부모로서는 다행이고 감사한 일기도 하고요.

●대안 학교는 학생과 부모의 참여가 일반학교에 비해 많은 편인데, 그것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가요?

당연히 있죠.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부담이었지만 돌아보면 아깝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학교에서 마련한 학부모 성장 프로그램, 동기나 선·후배 학부모님들과의 협업·친교 등은 학부모가 아니라 한 자연인으로서 혹은 어른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참여했었구나,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성장할 기회로 삼았었더라면 지난 3년이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더욱 알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고등학교도 대안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입학하게 되면 이번에는 좀 다르게, 더 즐겁고 알차게 학부모 생활을 해보리라 다짐해봅니다.

●3년 동안 다니면서 대안교육 중 많은 활동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11기의 활동이 무엇인가요?

2학년 때 4개월간의 필리핀 체험학습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압도적이라 단연 손에 꼽을 수 있지만 지금 떠오르는 것은 1학년 입학하자마자 다녀온 1주일 간의 제주도 도보여행이었어요. 배낭을 아이와 함께 싸며 추울까 봐 옷을 더 넣어야 할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빼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데, 초등학교 갓 졸업해서 솜털 보송보송한 아이를 부모 품에서 기숙사로 내어 놓는 것도 마음이 그러한데 입학하자마자 1주일간 오롯이 지 두 다리 힘으로 제주도를 걸어내고 친구들과 기본 생활을 스스로 해낸다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았을 거예요. 그걸 다녀온 뒤로 집에서 아이의 행동이 여러모로 바뀌어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이후로 그런 변화들이 쌓여 지금의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하나 더 든다면,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교육적 효과는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만한 것이, 입교하자마자 핸드폰을 학교에 제출하고 주말에 집에 다니러 갈 때만 다시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핸드폰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있으면서도 그 제도의 교육적 효과는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일반학교에서 핸드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과 교육력 소비를 생각하면 특히 그 효과가 배가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1기가 여러 활동을 했는데, 대안학교 교육 내용 중에서 이건 일반 학교 학생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에서 10여 년 근무하고 있는 공교육 교사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간의 혁신학교, 혹은 학교혁신 운동이 전교조 등의 참교육실천 활동과 대안학교의 실천적 경험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해서 대안학교 선생님들을 뵈면 그 악전고투와 노고에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데요. 그렇게 혁신학교를 포함한 일반학교의 교육개혁이 그동안 대안학교의 여러 실험과 실천을 일반 학교 상황에 맞게 접목시킨 것들이 많다고 생각되고요. 

계속해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대안학교의 철학적 지향과 교육적 고민이 일반학교와 교류되었으면 하고, 당장은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선생님들 간의 직접적인 교류도 모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일반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대안학교는 여러 고민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지금 아이가 대안 고등학교에 입학 원서를 접수한 상황에서 전형이 진행 중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는데 본인은 더 힘들었겠지만 부모로서도 선택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입시 홍수에서 고민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데다 사회인으로서 각자 자기 역할을 다 해내기에도 버거워 아이 고입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도 있지만, 금산 간디중에 입학할 때처럼 전통 있는 대안학교에 대한 믿음과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고등학교도 그렇게 연대의 마음으로 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학년 학부모 최용우
1학년 학부모 최용우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 이맘때쯤에 아이가 부모님께 대안학교를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당시엔 놀랐어요. 아이가 저에게 이제까지 뭔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왜 대안 학교를 가고 싶냐’라 물었더니, 아이의 입장은 확고했어요. ‘초등학교 때 받은 교육을 연장하고 싶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 배움,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대안교육을 받고 싶어요.’라 말했거든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의 의지보다는 아이의 요구로 인해서 대안학교에 보내게 된 거죠.

●일반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다르다는 건 알고 계시지만, 무엇이 다른지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직접 자녀를 보내시면서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우선 첫 번째로 국영수를 줄이고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한다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국영수, 시험 등의 경쟁과 결과, 평가를 제외하고 원하는 교육에 집중을 한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두 번째로 배움의 진지함을 느꼈어요. 기말 발표라던가, 입학식, 축제 등을 보면 배움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을 경험하기 때문이지 않나 십습니다. 그리고 선후배, 선생님과 함께하는 활동이나 수업이 많다는 것도 다른 것 같네요.

●지금까지 13기로 지낸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대안학교 학생으로 지내면서 아이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아이의 시야와 사고의 지점이 넓어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대안학교에 가서 했던 많은 경험 덕분인 것 같아요. 그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는 게 넓어진 거죠. 그리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고민하는 게 보여요. 또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깊어졌어요. 제가 생각해봤을 땐 학교문화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이 있어도 드러내도 된다, 숨기지 않아도 된다.’라는 걸 알려주거든요. 하나 더 말하자면 저희 아이가 mbti 검사 결과가 진취적이고 도전정신이 상승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대안학교에서 이런 부분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때문이 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궁금한 것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아서 아이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들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육이나 여러 가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터뷰를 마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0대인 우리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하기보다는 신뢰를 배우고, 나를 찾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실패할 때 일어서는 경험을 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을 고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두근거림이 내 삶을 좀 더 설레게 하고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