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수다 2] n번방, 손정우, 자매 살인사건...당진 엄마들이 뿔났다
[엄마들의 수다 2] n번방, 손정우, 자매 살인사건...당진 엄마들이 뿔났다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0.08.01 10:01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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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동영상으로 전국을 뒤흔든 손정우, n번방 사건 
당진 자매 살인사건 발생으로 불안에 떠는 엄마들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우선”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시대에 맞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엄마는 그 어떤 전문가보다 강하다. 살림과 육아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갖고 가정의 안전을 위해 모든 잡학지식을 쌓는 엄마들. 그래서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지식을 얻게된다. 

당진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한 사회, 경제 등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그럴때마다 지자체와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앞세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말한다. 때로는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고, 책에 나올 법한 얘기들로 말이다.

하지만 경제, 부동산, 환경, 육아 등의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는 엄마들은 진짜 해결방안을 내놓을 때가 있다. 기자도 몰랐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그녀들.

이에 본지는 어울림여성회 회원(엄마)들과 당진의 현안들을 가지고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을 갖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당진 엄마들의 수다는 당진어울림여성회 김진숙 전 회장과 오윤희 회장이 참여하며, 매달 첫째주에 연재됩니다.)

사진 왼쪽부터 오윤희(45세), 김진숙(47세), 이영희(44세), 홍명희(38세), 한수연(50세)
사진 왼쪽부터 오윤희(45세), 김진숙(47세), 이영희(44세), 홍명희(38세), 한수연(50세)

지나영 기자
손정우가 당진에서 체포됐고, 최근 당진에서 자매 살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하면, 엄마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불안감은 어느정도인지? 

오윤희
성범죄는 모든 엄마들의 고민일 것이다. 내 아들이 가해자가 될까 혹은 내 딸이 피해자가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진에서 손정우가 체포되고, n번방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부터다.  최근에는 자매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당진 엄마들의 아이 걱정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김진숙
우리 주변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으면 우편물이 오고 있는데, 딸 가진 엄마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범죄자를 신문이나 뉴스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손정우가 당진에서 체포됐다. 결국 우리 주변 가까이에 범죄자가 있다는 것인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손정우의 범죄는 사회적 인식에서 직접 강간을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서, 범죄의 다양한 처벌 방식에서 옛날 법을 적용하다보니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았다. 이는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오윤희
n번방 사건이 발생하고 주변에서 ‘내 남편이 n번방을 본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아이들은 이른바 ‘일탈계정’을 만든다고 들었다. 청소년들이 일탈을 꿈꾸며 본인의 신체 부위를 찍어 올리는 계정이라는데, 아직 성에 대해 정확한 자각을 갖지 못한 아이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업체를 껴서 사진을 돈 받고 팔기도 한다. 

이영희
(n번방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떤 경로로 접근해서 아이들을 낚는지 SNS를 찾아보면 자세히 나왔었다. 그리고 n번방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올랐을 때, 남자애들이 n번방 피해자를 ‘일탈계정 하는 여자애들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거야’라고 얘기한다고 들었다.

오윤희
n번방 사건은 가해자의 잘못인데, 이러한 일탈계정을 보거나 성범죄에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피해자를 역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잘못된 인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된다면,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겠나.

한수연
법원에서 손정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했다면, 국민의 분노가 이렇게까지 치밀어 오르지 않았을거다.

오윤희
있는 법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황당한 처벌 결과를 보면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그리고 엄마들은 사회를 법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최근 당진에서 발생한 자매살인사건에서 가해자가 감형 사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으면 감형이 되는게 말이 되나?

홍명희
여성 상대의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신상이 온라인에 퍼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수연
피해자는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온라인에 신상이 퍼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몰리는 등의 또 다른 피해를 받게 된다. 가해자가 유명하고 평소 평판이 좋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

지나영 기자
그렇다면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 및 폭력 등의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강력 처벌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윤희
사회 제도가 생겨서 사람의 인식이 따라가야 한다. 제도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정작 법으로 범죄가 아니라고 하고 약하게 처벌하면 어느 누가 따라가겠나 싶다. 

김진숙
성범죄와 폭력범죄에서 여성이 몸을 조심하지 않아서 혹은 입은 옷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는 사회적 견해가 무엇보다 먼저 바뀌어야 한다.

홍명희
손정우 체포와 n번방 사건을 겪으면서 내 아이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점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교육은 아직까지 온라인 성 문제를 모두 다루지 못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온라인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어느 수위에서 교육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부모에게도 시대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김진숙
경기도 한 학교에서 성교육을 진행했는데 학부모들이 반발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미 초등학생 아이들만 해도 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데, 그에 맞춘 성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건 어떻게 하라는건가?

오윤희
내 아이만 지킨다고 되는게 아니다. 사회적 제도를 바꾸기 위한 엄마들의 노력이 있지 않으면 부모들의 인식과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견해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영희
부모가 자녀를 키우려면 성교육 몇 회 이상 이수한다던지, 기본적으로 성교육을 포함한 부모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 몇십년을 살아오고 딸 아이를 키우는 아빠도 아이에게 ‘치마를 그렇게 짧게 입으면 안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의상에 의해서 범죄가 발생한다는 잠재적 의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여성회 활동을 하면서 남편과 성평등에 관련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도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나영 기자
엄마로서 나중에는 아이들이 어떠한 인식을 갖기를 바라나?

오윤희
지금은 격돌의 시기인 것 같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10대, 20대에서는 남녀간 갈등으로 부딪히고 있다. 이런 것들이 대립으로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끄러우니까 여성상위시대라고 말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본다. 그래서 내 딸에게는 ‘너가 원하는 것은 당당하고 요구하고, 불편하고 싫은 것은 아니라고 말해라’고 말하는데, 이런 교육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아들에게는 동의부터 구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여성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영희
동의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할 성향은 아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이성친구든 동성친구든 누굴 만나 살아가게 될지 모르니까, 어떻게 살든 가정내에서 존중 없이는 동의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제도적으로는 어른들이 바꿔줄테니,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고 동의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김진숙
우리는 아직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고 있다. 여성도 같은 주체이고 평등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도록 꾸준히 가정에서부터 말해주고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