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석문주민·시의원 한 목소리
산단공의 일방적 입주적격 통보에
“그동안 당진시는 뭐했나” 질타도

불산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램테크놀러지 측 관계자와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과 LH측 관계자들의 모습.
불산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램테크놀러지 측 관계자와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과 LH측 관계자들의 모습.

“불산공장 안전 설계계획이나 사업설명은 필요없다. 불산공장 석문산단 입주계획을 무효화하라. 석문면민들이 목숨을 걸고 막을 것이다”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당진시청에서 지난 6일 불산공장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당진시청, 석문면 주민단체, 지역 도의원·시의원 등이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불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램테크놀러지 측과 면담하고 “불산공장 입주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진시는 지난 1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산단공)이 램테크놀러지 측에 ‘석문산단 입주적격 통보’를 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당진시청 이해선 경제환경국장은 “지난해 당진시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 측이 불산공장 설립을 진행했고 산단공은 올해 1월에 입주적격 통보를 했다”며 “당진시와 사전협의 부분 등도 있는데 산단공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흠규 산단공 당진지사장은 “이런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 죄송하고 난처한 마음”이라며 “불산공장 입주와 관련 법과 규정을 찾아봤고, 이에 어긋나기 힘들어 입주적격 심사에 통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업체 측에 안전계획 제출을 요구했으며 환경책임보험가입을 하도록 했다”며 “(산단공)기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문호 석문면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일본과 무역마찰을 겪으면서 (불산공장이)국가 권장사업이니까 주민의견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며 “당진시가 그동안 반대의견을 밝힌 것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단공과 LH관계자들에게 “여러분들 집 앞이여도 그렇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냐”면서 “불산공장이 필요한 곳은 반도체 공장이 아니냐, 석문산단이 적합하다고 동그라미 치면 그만이냐”고 비판했다.

유문식 새마을지도자 석문면협의회장은 “주민반대 의사를 무시한 산단공의 입주 적격 통보 등의 처리방식은 말이 안 된다”며 “똥물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 협의회장은 “산단공이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입주를 막을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진시 1월에 통보받고 뭘했나?”

인나환 석문면개발위원장은 당진시에 대해서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1월에 산단공에서 불산공장 입주적격통보를 업체와 당진시에 했다는데, 시에서는 그동안 어떤 조치를 했느냐”며 “산단공과 어깨동무한 것이 아니냐, 시장과 국회의원이 나서서 막도록 힘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윤 시의원도 당진시와 산단공 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종윤 시의원은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입주적격 통보를 할 것이라면 애초에 당진시 의견은 왜 묻느냐”며 “업체가 토지매입까지 하는동안 당진시는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영식 기업지원과장은 “1월 산단공의 입주적격통보에 대해 자세하게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시에서는 지난해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불산공장 사업추진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현재도 반대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해선 경제환경국장은 “반대입장을 견지해온 시를 무시하고 산단공은 입주적격 통보를 일방적으로 했다”며 “시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불산공장 입주는 불가능할 것이며 당진시 전체 시민의 역량을 모아 막을 것이기 때문에 업체가 입주계약 단계까지 진행하지 말고, 입주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 측 답변에 더 분노한 주민들

램테크놀러지 박재수 사장은 “금산공장의 경우는 기존 일반공장을 활용하다 보니 사고가 있었다”며 “지금은 특화된 설계와 안전장치로 완벽하도록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회사도 조업정지와 적자 등으로 죽다 살아났고, 앞으로 철저히 관리 할 것”이라며 “(사업철회 요구에 대해서) 당장 답변은 어려우며, 걱정하게 만든 것도 저희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입주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도 있고 정부 기획재정부와 상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업체 측 답변에 석문면 주민단체들은 더욱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인나환 석문면개발위원장은 “불산 유출 사고 때 사상자 발생 수를 물어도 모르면서, 유출 사고 시 회사 부도가 걱정이냐”며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주민 생명이 왔다 갔다하는 문제인데 업체 대표는 본인 처갓집이나 외가집 근처라면 불산공장을 짓겠느냐, 기재부나 정부 협의를 언급해도 우리는 겁 먹지 않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한조 이장단협의회장도 “금산공장 설계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으며, 당진에 불산공장 사업구상 설명도 필요없다”며 “유출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고 불산공장 당진 입주를 없던 일로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원, 시의원들도 한 목소리

홍기후 도의원은 “당진시와 주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산단공과 LH, 업체 측은 빠르게 일을 처리했고 공론화 과정없이 진행을 했다”며 “업체도 시작단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것을 보면 주민과 공생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종윤 시의원은 “내 고향은 우리가 지킬 것이며, 주민들을 기만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당진에 입주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회사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종억 시의원도 “램테크놀러지 금산공장에서 2013년, 2014년, 2016년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진주민들은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으로 이미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불산공장 입주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램테크놀러지 측은 불산공장 입주 계획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답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램테크놀러지 측은 지난 3월 석문산단 내(장고항리 1419번지)에 52억원 규모의 7,200평 매입을 완료하고, 2021년 조기 가동을 목표로 30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석문산단에 입주 움직임을 보이는 램테크놀러지의 금산공장에서는 3년 동안 4번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2016년에 공주 탄천산단 토지 매입을 하려다가 공주시청과 시의회,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계획이 철회,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램테크놀러지의 당진 지역 내에 불산공장 설립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2019년이다. 당진시는 2019년 8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측에 램테크놀러지의 입주계약 신청 관련법 협의 때 ‘주민 반대 의견’을 회신했었다. 또 같은 달 ‘석문산단 입주 신청에 따른 시장 방침 보고’에서 입주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1월 21일 산단공 측이 ‘석문산단 입주적격’을 램테크놀러지와 당진시에 통보했다. 이어 3월에는 램테크놀러지가 불산공장 설립을 위해 석문산단내 토지등기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석문면 주민단체들은 불산공장 입주와 관련한 반대집회도 계획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집회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