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희 출향인

[당진신문=전봉희]

필자는 합덕읍 신촌 초등학교 13회 졸업생이다. 얼마 전 시청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 합덕 천주교회 하흑 1길2 소재의 ‘천주교하흑공소’와 관련한 인터뷰에 감명을 받았다. 

필자가 어렸을 적 구 합덕성당의 첨답(尖答)은 바벨탑을 능가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여름방학에는 대합덕리 친구들과 합덕방죽 질펀한 연갈색 연꽃을 감상하며 제방 쭉 늘어선 아름드리 벚꽃 나무 그늘에서, 드넓은 ‘소들강문’ 평야 햇살을 받으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품곤했다.

일명 ‘연호지’는 축조연대가 깊다. 후백제 견훤 장군이 군사용 상수원으로 상용 되었다는 전설이다. 일천년을 넘기며 지역주민과 생사고락을 하면서 숱한 夜話(야화)을 남기며 생애를 같이했다. 하루에 시시각각 물빛이 변한다는 용천(龍泉)은 삽교천 건너 추사(秋史), 백송(白松)고장, 용산(龍山)과 지맥을 같이 하며 유명세를 과시하곤 했다. 

당진·예산·홍성·서산 지방은 우리나라의 천주교 전래 과정과 인연이 깊다. 우리나라 최초 김대건 신부는 우강면 솔뫼가 본향이다. 한말 대원군 정부는 서양의 통상 요구를 거부한다. 외세의 착취(搾取)에 국민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한다.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주동 하는 국제 갱단은 현 서해안 고소도로 휴게소 행담섬에 본선(本船)을 정박시킨다. 고무 보트를 타고 덕산면 소재 대원군의 정신적 지주(支柱) 남연군 묘의 도굴을 시도한다. 

격분한 대원군은 천주교 탄압으로 선회한다. 해미 읍성 내 팽나무 가지(枝)에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다. 쇄국 정책 척화비(斥和碑)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 장애물로 일제침략의 계기로 전개 된다. 홍성군 구항면 오봉리. 예산군 대흥면.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에 현재 존재한다. 구 합덕 성당을 중심으로 많은 선교사의 포교에 녹록치 않음이 적시되어 있다.

서산·당진 지방은 한남 금북 정맥 중앙에 우뚝 솟은 가야산의 가슴팍에 안긴다. 수많은 명당을 품고 십승지지(十勝之地)로 평가받는다. 도청이 안주한 결과로 증명된다. 한국 전쟁당시에도 타지방에 비교적 평안했음은 구양교(九陽橋)의 건재함으로 인정된다. 

또 옛적부터 내포(內浦)로 불리며 유난이 포구가 많다. 바닷길은 지금의 고속도로다. 역사가 증명한다.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南進) 정책에 한강 유역을 잃고 당진 포구를 중심으로 해로(海路)를 개척한다. 동요된 민심과 사나운 풍랑을 제거하고 사신 선원 안전항해를 위하여 ‘운산리’ 암벽에 마애삼존불을 안치하고 국운을 기도한다. 

지척에 중생들 찌든 마음을 정화 시키는 개심사(開心寺) 용마루에 청기와 한 장은 유구한 역사를 증명한다. 실제로 백제시대 서산 부석사 출생 미륵불 부처님 환한 미소는 극치다. 일본의 검은 손아귀를 벗어나도 안치될 장소 없어 법원 뒤뜰에 쓸쓸이 앉아 있을 모습이 가련(可憐)하다.

독립군 김좌진 장군, 임의 침묵 한용운 선생님, 일제 불교 정신 훼손에 항거하는 만공 스님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다. 근대 우리나라 여류 삼대 신여성으로 산문의 대가 김일엽이 말년에 칩거한 수덕사는 천년 고찰로 명당으로 증명된다. 천하제일 지기(地氣)를 거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193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설훈‘의 배경은 ‘한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채영신, 김동혁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농촌 계몽 운동에 많은 눈물을 쏟아낸다. 그것은 상록 초등학교 운동장에 비친 희미한 그림자로 대변된다. 

1960대 후반 당진은 산업기반이 미미했다.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항으로 변신한 한진도 어촌 포구에 불과 했다. 필자는 전역 후 당시 5급(乙) 시험을 봤지만 쓴잔을 마셨다. 만전필동(萬折必東) 심정으로 군산 앞 바다에 수능재선(水能載船)을 믿고 일엽편주(一葉片舟)에 편승(便乘)한지 50년이 흐르도록 공수거(空手去) 신세다.

모세가 애굽 노예 생활을 청산하고 홍해의 기적을 이루며 가나안에 정착해 이스라엘 불굴 민족으로 성장 시킨다. 꿀이 넘치는 당진 땅을 버린 죄 가혹하게 받고 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고향 하늘을 올려본다. 코로나19도 명당지기를 배반하지 못한다. 존경하는 당진 시민들의 건투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학우 박양숙, 이영희, 김정자, 최숙자 양은 연락 주시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전봉희(010 4617 3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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