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규 여성친화도시 전문관

임정규 여성친화도시 전문관.
임정규 여성친화도시 전문관.

[당진신문=임정규]

저성장, 양극화, 기후재난과 저출생과 고령사회, 4차산업혁명 등의 도래는 여러 차원에서 점차적으로 시대흐름의 전환기를 가져왔고 우리의 삶 곁에 어느 순간 와있었지만 남의 일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최근 두달여만에 들이닥친 코로나19사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불러왔고, 모든 사람에게 불안하고, 불편한, 불쾌한 삶을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언제끝날지 모를 일상의 변화를 불러오고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코로나19사태를 변곡점으로 더 이상 과거의 익숙했던 개인, 공동체, 문화, 제도 등의 습관은 새로운 삶의 방식, 정의가 새롭게 정립되고 바뀌어져야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만 끝나면 되는 것이 아닌 이제 긴 안목을 갖고 멀리 내다보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것인지, 나 혼자 잘 사는 방식이 아닌 내 주변과 함께 잘사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바이러스는 결코 나 혼자의 면역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몇주째 하면서 경험으로 익히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 나만 괜찮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여전히 몸에 배어 있는 상태로 상대방을 마주해보자. 나도 위험군이고, 상대방도 위험군이고, 결국 모든 공동체와 사회는 위험사회로 악순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마찬가지로 인구의 절반 여성이 겪는 고통과 불안한 삶을 보자. 여성들은 태어나보니 딸로 태어난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성적 노예, 성폭력피해, 직장에서의 채용 성차별과 승진에서의 유리천장, 유리벽, 성희롱과 임금격차 이로 인한 빈곤과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의 왜곡된 성매매와 범죄 노출, 가정폭력, 이주여성과 장애여성 등 취약계층의 폭력은 일상다반사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밤늦게까지 다닐 권리가 왜 차별적이어야 하는가, 밤늦게까지 야근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릴수도 있어야 하지만 밤늦게 귀가하면서 뒤따라와서 버젓이 위협을 가하고 문을 열려고 하는 남성들이 언론에 비일비재하게 사건으로 다뤄지고, 1인가구가 점점 증가되지만 여성1인가구 대다수가 느끼는 주거공포, 가족과 살면서 평생 맞고 살고 숨죽여 사는 가정폭력 등은 이제 공기처럼 느껴져서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인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일상다반사가 폭력적인 문화에 노출된 것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자세히 경청하고 동참해야 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딸이란 이유로 오랜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 누적된 차별과 폭력적 문화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수히 많은 여성의 눈물과 핏물, 죽임을 당한 사건들의 연속이었고, 훨씬 더 많이 무참히 희생되고 이름조차 남김없이 사라졌다. 

최근 700만명이 청와대 청원에 동참한 n번방과 무수히 많은 온라인에서의 유사한 SNS 대화방들의 아동과 여성 성학대 사건들은 경악을 넘어 분노와 공포, 최악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그 대화방을 운영한 운영진 뿐만 아니라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 법을 무력화하는 사람, 방관하는 사람, 공범으로 공권력을 악용하는 사람, 온라인 댓글로 지금도 여성의 문제를 공감하지 못하고, 같이 사는 여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러운 것이다. 어디 이 범죄뿐이겠는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이버성폭력, 데이트폭력, 온라인에 없는 3인(인권과 인격, 인성)으로 인해 그 안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목숨을 끊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래도 가해자의 형량은 가볍기 짝이 없다. 어쩌면 다 같은 남성들이 만든 남성문화의 폐해이자 불안사회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여성이 당하고 겪는 현실이고 지금 이 변곡점을 되돌아 과거로 간다면 여전히 유사한 사건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각자도생의 사회,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서 성평등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는 결코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접하면서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 2017년 촛불을 들고 민주정권을 탄생시킨 평범한 여성들, 2018년 미투를 통해 더 이상 다시는 성폭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 본인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으로 ‘미투변곡점’을 일구어오고 있다.

이제는 남성중심문화에 편승한 남성들이 정말 바뀌어야 할 때이다. 자기중심적인 시선이 아닌 이타적인 시선으로, 상호의존하며 사는 삶의 공동체적 구성원으로서 역할정립이 필요하다.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하자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시민성을 가진 남성들이 이제는 목소리를 내고 함께 싸워주고 움직여줄 때가 왔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남성성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남성들이 훨씬 더 많이 노출되는 상황,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두 맥락이다. “범죄자가 될 것인가, 범죄를 막을 것인가” 침묵은 강자의 권리라고 한다. 이제 그냥 방관하는 위치가 아닌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을 가슴으로 공감하고 손발로 움직이는 그런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상호의존의 공동체로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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