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입에 불편 호소...중복 구매, 타지역 원정 등 지적

“젊은 사람이고 나이든 사람이고, 아침 일찍부터 추위 속에서 줄을 서도 마스크 구매를 못하고 가는 분들은 얼마나 속상하겠나. 불합리한 부분이 너무 많다. 마스크 배부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대호지면민 김모 씨(70)

대호지면 우체국 옆에서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추위 속에서 대기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우체국 측에서 전기 히터나 온수 등을 구비해 놓기도 했다. 
대호지면 우체국 옆에서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추위 속에서 대기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우체국 측에서 전기 히터나 온수 등을 구비해 놓기도 했다.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정부가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약국 등을 통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지난 2월 28일부터 시작했으나, 수요에 비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판매 방식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가장 많은 마스크가 배부된 우체국에 시민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아침마다 긴 줄을 섰다. 

당진시에서는 당진우체국을 제외한 읍·면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됐다. 당진우체국이 제외된 것은 상대적으로 고연령대와 취약계층이 많은 읍·면 지역에 마스크를 우선 배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1인당 5매씩 구매 가능했고, 하루에 우체국마다 85세트(1세트에 5매, 총 425매) 분량이 판매됐다. 결국 각 읍면마다 하루에 85명만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3월 6일 기준)
오전 11시에 판매되는 마스크 구매를 위해, 오전 6시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채운동에서 대호지우체국까지 마스크 구매를 위해 나왔다는 한 시민은 “나이드신 부모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당진우체국에서는 판매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당진우체국에서 판매를 한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세대원을 확인해서 배부하는 방식이라든가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호지면 우체국을 찾은 김모 씨(70)는 “아침부터 나와 4~5시간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며 “어제 나온 사람이 또 마스크를 사가거나 외지 사람이 사가는 경우가 있어 배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호지는 인구도 적은 만큼 차라리 마을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 배부하는 게 낫지, 정작 주민들은마스크를 못 사간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군의 주민들이 당진지역 읍면 우체국까지 원정을 와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호지면이나 신평면 우체국의 경우 서산시나 아산시와 인접해 타 지역 주민들이 원정을 와 마스크를 사간 경우가 많았다는 것.

줄을 선 시민들은 꽃샘 추위 속에서, 본인이나 노약자인 가족의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간이 의자를 가져오거나 깔고 앉을 것을 가져오는 등 장시간 대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일부 고성이 오가거나 시비가 붙어 경찰이 수습을 하는 등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평소에는 한산했을 우체국 앞 거리가 줄을 선 시민들과 주차된 차량들로 북적였다. 

시의회, 마스크 민원 해결 촉구

지난 3일 열린 당진시의회(의장 김기재) 의원출무일에서도 마스크 공급으로 인한 주민 민원 해결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기재 의장은 “마스크 구입을 위해 우체국에 100여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고 대기하는데, 우체국 안팎이 바로 코로나 감염 우려 지역이 되는 현상”이라며 “마스크의 긴급 구입을 위해 당진시에서 예비비 등을 활용한 직접 구매방안이 있는지, 14개 읍·면·동사무소에서 마스크를 직접 관리하고 마을 이·통장의 협조를 받아 소외계층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우선 지급을 할 수 있는 지 검토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상연 의원은 “읍면 우체국당 400여장, 12개 읍면우체국으로 계산하면 하루 4800여장인데 당진시 인구는 17만명”이라면서, “타지역 주민들이 구입해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당진시가 직접 읍면 사무소에서 민증을 확인하고 주민들에게 배포를 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이종윤 의원은 “우체국에서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 물량이 읍·면·동별 인구비례에 맞지 않아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중복 구입 여부 확인 또한 불가능한데 마스크 공급 기관과 행정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형평성 있는 마스크 공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도 불편, 우체국도 불편
기자가 찾은 읍면 우체국들의 마스크 판매 수량은 85세트로 동일하지만, 번호표 배부 여부 등 마스크 판매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A우체국의 경우 줄을 선 시민들을 마스크 판매 수량인 85명에 맞춰, 86번째 시민에게는 판매가 어려운 점을 미리 알려 줄을 서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A우체국 관계자는 “번호표를 주면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줄을 서 있는 다른 시민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11시 판매 시간 전에 미리 판매를 하게 되면 마스크를 구입한 분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또 구입하는 문제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물량이 많으면 좋은데 노인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에게 마스크가 배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고, 시민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혼란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체국 직원이나 시민들 모두에게 서로 힘든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고대면 우체국에서 줄을 선 시민 수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고대면 우체국에서 줄을 선 시민 수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B우체국의 경우는 판매시간인 오전 11시를 앞둔 10시 40분에 번호표를 배부했다. C우체국의 경우는 판매시작 45분전, 번호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줄을 서지 않도록 했다. 줄을 선 시민들은 스스로 85명보다 뒤에 선 것으로 확인하고, 마스크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B우체국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인터넷으로 구매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부모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기다리시는 분들을 우체국 안으로 모시면 업무가 마비되고, 밖에서 기다리게 하실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우정사업부의 지침에 따라 판매를 하고 있으나 중복구매 방지나 신분증 확인 등의 지침이 없었던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기관에서 직접 마스크를 배부하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체국에서는 추위 속 줄을 선 시민들을 위해 의자를 놓거나 온수나 전기히터를 제공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줄을 선 시민들에게 불만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찍 나와서 줄을 서야 하고 불편하지만, 그나마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 유모 씨(54, 기지시)는 “정부에서 마스크를 조금이나마 시민들에게 배부하려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잘하는 것”이라며 “구입한 사람이 또 중복으로 산다거나 하는 욕심을 버리고 어려울수록 서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TV나 뉴스에서 너무 겁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잘하는 건 잘한다고 하고 못하는 건 못한다고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당진시, “9만여개 마스크 구입할 것”

당진시에 따르면 2월 4일부터 3월 2일까지 총 11만 7,038개, 11만 4,007명에 대해 마스크를 소상공인, 상인회, 관공서, 의료기관, 교육청, 유치원과 어린이집, 경로당 등에 배부했다.또 3월 중 9만2,850개의 마스크를 구매해 추가 배부할 계획이다.

당진시 공적 마스크 배부 계획 표.
당진시 공적 마스크 배부 계획 표.

마스크 구매와 관련된 문제점 지적과 불편사항에 대해서, 당진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직접 우체국을 통해 배부하고 있어 시청에서 직접 통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현재 문제점들에 대해 개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3월 중에 마스크 9만여개를 구입하기 위해서 구입처와 협의를 마쳤고 계약이 된 상태”라며, “구입 후 마스크 추가 배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줄서기 혼란 등 해소될까...정부 대책 발표

한편 정부는 5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체국 등에 줄을 서는 시민들의 불편이 다소 해소될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는 마스크 수출을 전면 중지한다. 또한 3월 9일부터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요일별 5부제를 시행한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경우 월요일 △2·7인 경우 화요일 △3·8인 경우 수요일 △4·9인 경우 목요일 △5·0인 경우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주간에 구매를 못한 사람들이 구매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약국·우체국·농협에 구매 이력 확인시스템으로 중복 구매를 막는다. 구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구매 이력을 체크해 1인당 1주에 2매만 구입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체국과 농협의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구축 전까지는 1인 1매, 이후 일주일에 1인당 2매를 판매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마스크 생산량도 현재 하루 1,000만개 수준에서 1개월 내에 1,400만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의무 공급 물량도 현행 50%에서 80%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되는 1천만장 중 공적 의무공급 물량이 현행 500만장에서 800만장으로 확대된다. 
이중 200만장은 의료기관·감염병 특별관리지역·취약계층·학교 등에 보급하고, 나머지 600만장은 전국 약국과 농협, 우체국에서 판매한다. 600만장중 560만장은 약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가격도 1,500원으로 통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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