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면 사관리 전춘옥, 김정순 부부
“9명의 딸들 목소리를 들으면 없던 기운도 생깁니다”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명절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대가족이 한데 모여 함께 음식을 하고 나눠먹으며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흔치 않다. 그러나 아직도 대가족이 모여 명절을 쇠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이 있다. 조금은 특별한 딸 부잣집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식구가 많아서 명절이면 아빠랑 엄마 힘들다고 딸이랑 사위들이 음식이며 일을 맡아서 다 해주는데, 참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딸 부잣집 전춘옥(84세), 김정순(80세) 부부가 반평생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랑꾼으로 그리고 9명의 자녀들이 명절 때마다 한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모습으로 동네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결혼 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아이를 낳았지만 계속 딸이어서 속상했다는 아내 김정순 씨. 그러던 중 셋째 삼숙 씨를 출산하고 더 이상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우연히 찾아온 넷째를 낳아야 할지 고민하던 김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런 아내의 결정에 속상했다는 남편 전춘옥 씨는 “나는 아들 없어도 됐어요. 그냥 아내랑 딸들만 있어도 좋은데, 아내가 혼자 병원을 갔다고 하니 바로 쫓아가서 수술을 말렸지. 그러고는 넷째를 낳고 또 낳다보니 딸만 9명이 된거죠”라며 말했다.

정미면 사관리의 사랑꾼 전춘옥 씨는 중매로 만난 아내 김정순씨의 곱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바로 결혼을 결심, 충북 영동에 살던 아내와 결혼해 당진시 구룡리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아내가 자녀를 낳을 때마다 편하게 몸조리를 하길 바랬다는 남편 전 씨는 “대구에 친언니네 집으로 아내를 한 달 이상 보냈지. 우리 아내 몸 조리 제대로 하고 편히 쉬다 와야 나중에 몸 안아프겠다 싶더라고”라며 아내를 끔찍이 챙기는 애처가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내 김 씨는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던 그 당시에 시부모님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이었어. 남편과 무엇보다 시부모님에게 미안했는데 오히려 어머니는 내가 딸 낳을 때마다 속상해하면 달래주시고 더 잘해주시고, 아버님도 내가 속상할까 나한테 말 안하고 남편에게만 살짝 뭐라하기만 했지. 시부모님도 남편도 나에게 잘 해줬죠”라고 말했다.

마을 동네 사람들의 아들 낳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나왔다는 아내 김정순 씨는 남편의 지극정성 애정과 딸 9명이 건강하고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겨냈다.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육아 공부와 봉사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남편 전춘옥 씨의 노력 덕분일까. 첫째 전영숙(58세) 씨를 시작해 전길숙(57세), 전삼숙(56세), 전선숙(54세), 전남숙(51세), 전희숙(49세), 전정숙(46세), 전숙(44세), 전실비아(41세) 씨까지 9명은 학교에서 반장을 놓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못하는 것 하나 없이 모두 잘 컸다.

이제는 자녀의 이름보다 1호, 2호, 3호처럼 숫자를 붙여 부르는게 편하다는 전춘옥, 김정순 부부는 9명의 자녀와 사위들 그리고 손자, 손녀가 모두 모이는 설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순 씨는 “몸이 안좋아 누워있다가도 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없던 힘도 생기며 일어나게 되더라”며 “이번 명절에도 가족 모두 모여 북적북적 하겠지만, 음식을 함께하고 나눠 먹으며 그간 지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함께 하는 시간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참 소중한 순간이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가족 모두 집에 모이면 대가족이 돼서 시끌벅적하고 정신 없기도 한데 우리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앞으로도 예쁜 우리 딸들과 호주에 나가있는 여섯째 희숙이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살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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