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당진시장 '이 철 환'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긴팔 옷을 챙겨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곧 가을의 한가운데, 가을 중의 가을이라는 우리 민족 명절 ‘추석’이 다가옵니다.

우리 당진 시민 여러분과 고향을 방문하신 향우 여러분께 반가운 인사를 드리며,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가을과 관련된 속담 중에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땀을 흘리며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은 한해 농사가 다 마무리 된 때라 봄철 농사보다 힘이 덜 들고 일해 해도 수확의 기쁨이 크니 그만큼 좋은 계절이라는 말입니다. 그러하니 가을 중에 가을이라는 추석은 어떠하겠습니까?

그러나, 올 여름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 큰 태풍까지 겹쳐 시민 여러분들의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줄 압니다. 특히, 이번 태풍 볼라벤으로 낙과 피해를 입으신 과수 농가 여러분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도,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앞에서는 그동안 걱정 근심과 시름을 잊으시고 추석의 풍성함과 즐거움을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석은 옛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의 결실을 보는 날로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는 시기며, 이듬해의 풍년을 기리는 시기로 조상에게 예를 갖춰 감사의 차례를 지내고 마을 주민들과 강강술래나 줄다리기, 닭싸움 같은 놀이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풍농을 기원하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잊혀 진 모습이지만, 저 어릴 적에는 달걀 한줄, 참기름 한 병, 햅쌀 몇 되라도 이웃들에게 선물하고 마음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골목길에 나서면 아이들은 땅따먹기, 말 타기, 공기놀이 등을 하느라 소란하고 북적거렸었죠. 그러나 명절에 찾아오는 저의 손자들은 밖에 나가 놀 생각은 하지 않고, 컴퓨터나 게임기에 매달려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시민 여러분, 추석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이웃에 감사하고, 넉넉한 정을 나누는 날입니다. 이번 추석을 맞아 고마운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재래시장을 한 번 더 방문하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올 여름 극심한 가뭄과 태풍으로 농산물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꼭 필요한 것은 사야겠지요. 교통이 편하고 이용이 편한 대형마트를 이용하시기 전에 한 번 더 우리 당진의 농민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을 생각하셔서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작은 정이 소중할 때입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작은 정이 모여 당진은 넉넉하고 즐거운 추석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진은 올 1월 1일 당진시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당진이 시가 된 것 못지않게 행복한 당진을 만들고 명품 당진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당진 사람으로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도록 당진의 가치를 높이는 외부적 일은 저와 800여 공직자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당진을 당진답게 만드는 내부적 일은 시민 여러분들이 나눔과 배려로 함께해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신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옛 말이 뭐 그리 부럽겠습니까.

이번 추석은 주위 이웃과 따뜻한 정도 나누시고, 아이들과 땅따먹기 같은 놀이도 같이 해보시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덕담도 나누며 넉넉한 명절 보내십시오. 또, 내 고향 당진이 좋아 교통 대란을 겪으며 어렵게 찾아오신 향우 여러분들, 고향에서 가족의 정을 듬뿍 느끼는 즐거운 추석 되시고 돌아가시는 길이 편안하시길 기원하며, 시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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