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초등학교 > 정 상 진 교장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어 가르치고, 드디어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돕는 것. 교사의 지상 최고의 행복은 이런 것일 테다. 교직을 사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40년. 오는 8월 31일 정년퇴임을 앞둔 당진초등학교 정상진(66) 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작은 체구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넉넉한 할아버지의 모습. 당진초등학교에서 만난 정상진 교장은 전혀 교장 같지 않은 이웃의 모습이었다.

1972년, 서산 성연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정 교장은 74년도부터 고향인 당진에서 38년을 근무했다. 총 햇수로 40년 6개월째. 오는 8월 31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20대 초반 서울에서 양장점, 경양식집, 금융기관에서 일을 했던 그는 69년 비인가학교였던 남산농예기술학교(면천면)에서 봉사활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직생활이 천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던 봉사활동이 저의 천직을 찾게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며 “그때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들에게 교육의 길을 더 넓혀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라고 회상했다.

정상진 교장이 가지게 된 신념은 교육에 사랑과 희생, 봉사가 받쳐 주지 않으면 소명감도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는 나라의 미래와 학생 개인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근본인 교육에 대한 한없는 자부심과 열정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정교장은 “교직은 책임감과 봉사심이 전제되지 않으면 참으로 괴로운 직업이지만 책임감과 봉사심이 있는 선생이라면 천하를 줘도 바꾸지 못할 귀한 직업”이라며 “글자나 숫자는 아무나 가르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성을 높이고 바른길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되기 위한 질서를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교장은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고 시험 성적을 잘 받는 것에 가치를 두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사회적인 규칙, 인성 교육에 더욱 중점을 두고 어떤 상황이든지 쉽게 이해하고 적응하며, 차분하게 판단한 뒤 행동할 줄 아는 학생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이런 신념은 당진초등학교를 화려한 백조로 변신시켰다. 숙원사업이었던 당진초 체육관 리모델링사업, 소년체전 배드민턴부 준우승, 기초학력증진 우수학교, 중국 요양시와의 교류 협력 등 학업증진은 물론 학생들에게 다양한 자기개발 기회를 주며 당진초등학교를 변모시켰다.

40년의 세월동안 그의 손을 거쳐 간 제자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억나는 제자나 일화를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교장은 “40년 동안 수많은 제자를 가르쳐왔고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제자들의 소식을 듣거나 보는 것이 가장 큰 추억이자 행복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40년 넘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우고 가는 것 같습니다. 퇴임을 코앞에 두니 이제야 제대로 선생노릇 할 만하다 하는데 아이들 곁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울 따름입니다”라며 서운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바로 온화한 미소를 띄우는 정교장은 “퇴임은 하지만 제2의 교직에 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6개월 정도 푹 쉰 후 학교안전지킴이나 다문화가정 한글지도, 서예지도 같은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격동의 세월의 우리나라 정치사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교육계의 최일선에서 40여년의 성상을 겪은 진정한 교육자 정상진 교장. 그의 퇴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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