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식판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블록놀이선생님, 영어선생님, 체육선생님 등 아이들에게는 특별활동 선생님들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우리도 식판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죠!”

조석미 대표(좌)와 함께 아이들의 식판을 책임지는 김춘자 씨(67,가운데)와 선춘자 씨(57,우)
조석미 대표(좌)와 함께 아이들의 식판을 책임지는 김춘자 씨(67,가운데)와 선춘자 씨(57,우)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세 아이 엄마로서의 경험에서 시작된 ‘식판선생님’은 따뜻한 봄, 3월부터 문을 열었다. 무더운 여름이었던 지난 7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고 조석미 대표와 두 어머니가 새로운 시작을 활기차게 함께하고 있다.

식판선생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이집 원생의 식판, 숟가락, 포크 등 식기류를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24곳의 어린이집 아이들의 식판을 매일 방문수거하고 배송을 한다. 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던 조 대표는 세척 시 위생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잔류세제 검사와 소독온도기 테스트를 주1회씩 진행한다.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우리 식판선생님도 위생을 가장 중요시하거든요.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번 진행하지만 우리는 더 어린 아이들의 식기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으로 꼼꼼하게 하려고 해요”

식판선생님은 일자리 창출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여성의 일자리는 항상 국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나이의 제약과 스스로 가지는 자격지심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특별한 기술하나 없어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식판선생님이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자식 다 키워놓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셔도 대부분 식당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세요. 그마저도 음식을 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빙을 하셔야 하고 나이라도 많으면 잘 쓰려고도 않고요”

사실 조 대표는 엄마로서의 경험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매번 부딪치는 가장 안타까운 점은 엄마라면 누구나 스스로가 가지는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라고 했다.

식판선생님의 조석미 대표.
식판선생님의 조석미 대표.

“엄마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애기들 식기를 세척하는 게 뭐 어렵다고 돈을 주고 맡겨? 얼마나 깨끗하겠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서 엄마들은 항상 아이들의 식기류를 세척하면서 자신들의 인력이 쓰인다는 것을 잘 떠올리지 못하시니까요...”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했다면 사회환원서비스는 필수다. 식판선생님은 현재 두 자녀 이상은 할인된 금액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3자녀 이상은 한 자녀 식판 무료 세척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이번 여름에는 송악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식기류를 무료로 제공했다.  

“아직 그렇게 대단하고 좋은 일은 못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또 체육교육을 전공한 남편이 저를 도와서 주말이면 무료로 축구교실을 열어서 아이들을 가르쳐주고도 있고요”

조 대표는 식판선생님이 시작점에 있기 때문에 아직은 착실히 맡은 바를 해나가는데 목표를 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꿈꾸는 기업의 미래는 크고 밝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육아의 수고스러움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식기를 제공하며 우리의 어머니들께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기업이 되고 싶다.

“우리 식판선생님을 믿고 가주시는 분들이 앞으로 더 늘어나도록 노력해서 좋은 일, 선한 일을 많이 할 수 있길 바라죠. 세상은 혼자만 잘 살아갈 수 없고 우리 모두가 잘 돼야 더 좋아지잖아요? 그렇게 우리사회가 좀 더 밝고 행복해지는데 식판선생님도 꼭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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