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비대위·한전 중재 나서..금액 산출 협의는 난항

부곡산단 폐수 무단 방류 사건 개요도. ⓒ대전지검 서산지청 제공
부곡산단 폐수 무단 방류 사건 개요도. ⓒ대전지검 서산지청 제공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부곡공단 전력구 공사 과정에서 과도한 지하수를 유출해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동아지질과 현장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7일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아지질과 현장소장(56)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동아지질은 지난 2017년 부곡공단 전력구 공사에서 수직구 굴착 공사를 맡았다. 문제는 수직구에서는 1일 1200톤의 지하수가 유출됐음에도 폐수 187톤으로, 도달수직구에서는 1일 825톤의 지하수 유출에도 폐수 42.5톤으로 축소해 신고했다.

더욱이 지하수를 배출하기 전에 모래와 자갈 등의 부유물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시설인 침사조가 당진시에 신고된 적이 없었던 만큼 무단 폐수 방류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지난 2020년 12월 17일 지하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은 과도한 지하수 유출이며, 전력구와 터널 주변의 파쇄대를 포함한 지반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 설계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냈다. (관련기사:위험천만 당진 부곡공단..선고 앞두고 ‘증거인멸’ 의혹 제기,1393호)

재판 과정에서 ㈜동아지질은 신고한 수질 오염방지시설만 이용할 경우 용량의 한계로 작업이 지체될 것을 우려해 신고 없이 철제박스 등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현장소장은 철제박스를 신고한 것은 아니지만, 환경보존법에서 허가 또는 신고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과 수질 오염물질 농도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무죄라고 재판 과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약 30년 동안 축적된 관련 판결과 신·구법 비교 등 법리 검토를 통해 수질 오염물질 농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가 금지되고, 방지시설은 허가 또는 신고된 방지시설만을 의미한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판결 결과에 한전 비대위는 지반침하 관련 한국전력공사 외 3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위 안동권 사무총장은 “불법 행위를 이어가다 사고를 냈고, 그것에 대한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면서 “그동안 한전, 동부건설, 동아지질 그리고 감리를 맡았던 건축사무소 관계자들까지 똘똘 뭉쳐서 위법행위를 은폐, 축소했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이제 한전은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고 원인을 감춰서는 안된다. 당진시에서도 행정적인 부분에서 수습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한전 외 3곳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하루 빨리 부곡공단 지반침하 사고의 위험이 낱낱이 밝혀지고, 4년째 고통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골리앗의 짓발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지질은 지난 2019년 당진시의 조업정지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도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엇갈린 피해 금액, 접점 찾기 난항

4년간 이어진 부곡공단 지반침하 문제에 당진시가 피해 규모 산출액과 관련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양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3월 20일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와 김홍장 전 당진시장, 관계 공무원 등이 한전 수직구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2019년 3월 20일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와 김홍장 전 당진시장, 관계 공무원 등이 한전 수직구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지반침하로 인해 부곡공단 인근 업체들은 폭발성 물질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정밀안전진단 안전성 평가에서 대부분 D등급을 받아 위험한 상태로 기업 활동은 사실상 위축돼 있는 상태다. 

시설물 유지보수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전 비대위는 한국건설협회에 소속된 건축, 토목, 소방, 전기, 통신 등의 업체에 의뢰해 피해 금액을 감정, 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공사비용을 450억 원으로 산출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한전 비대위에서 산출한 피해 금액은 직접 고용한 회사를 통해 임의로 산출한 금액인 만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상 비용을 약 25억 원으로 산출했다.

이처럼 피해 금액을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자 지난 8월 11일 오성환 시장은 한전 비대위와의 면담에서 “손해배상소송을 끝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으면 협의를 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중재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관련기사:450억vs25억..엇갈린 부곡공단 피해 금액,1420호)

이후 당진시는 예산을 편성해 용역을 진행해 피해 금액을 산출하면, 한전 비대위와 한국전력에서 합의하는 것으로 양측과 구두로 협의했고, 이후 협약서를 작성해 당진시, 한전 비대위, 한국전력은 함께 서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피해 규모의 차이가 크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협약서 내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19년 이뤄진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조사를, 한전 비대위는 당진시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고 있는데, 문제는 두 조사 결과의 피해업체 수 차이가  5배 이상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당진시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피해업체는 총 16개사(△발진구에서 전방 200m-4개사 △도달구에서 550m-12개사)였지만,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조사에서는 도달구 피해 규모가 100m로 피해업체는 3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피해업체 수가 달라 어느 조사 결과를 두고 금액을 산출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우선 비대위와 한전의 협의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 상황.

당진시 안전총괄과 장준영 주무관은 “시에서 한전과 비대위 측에 금액 산출을 다시 하자는 부분에 대해 제안을 한 상황이지만, 우선 피해 범위를 서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장 큰 것은 피해 규모를 얼마 만큼으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객관적으로 시에서 용역을 진행해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범위가 확정되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약서를 작성해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님도 중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며 빨리 진행하자고 말씀하신 만큼 시에서도 빠른 시일내에 부곡공단 지반침하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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