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흔들리고, 침수..대책 마련 시급한 위험천만 부곡공단
한전비대위 “당진시 초기대응 늦어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

건물의 계단 난간이 벌어졌고, 성인 여성의 주먹이 들어갈 만큼의 틈이 생긴 상태다.
건물의 계단 난간이 벌어졌고, 성인 여성의 주먹이 들어갈 만큼의 틈이 생긴 상태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7월 26일 오전 11시. 부곡공단 내 건물에 자리 잡은 한전비대위 사무실에 지진이 발생한 듯 약 3초간 큰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10여 분이 지나 작은 진동이 또 다시 발생했다. 부곡공단 지반침하 사고와 관련 간담회가 열리는 도중에 발생한 일이다.  

진동을 느낀 기자와 일부 참석자들은 놀라며 당황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덤덤했던 한전비대위 안동원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진동이 커서 지진이 발생한 줄 알고 사무실에서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간 적도 있었는데, 당진에 지진 기록이 없었다”면서 “지반침하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생하는데, 건물이 흔들리기도 한다. 낮에는 그나마 나은데, 저녁이 되면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져 지진이 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전력 전력구공사로 인한 대량의 지하수 유출과 그에 따른 지반침하로 부곡공단 건물이 흔들리고, 시설물 전도 및 침수 피해 등의 대규모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멀기만하다.

지반침하로 인한 부곡공단의 물적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A업체는 지반침하로 건물에 균열이 발생한 이후 비가 내리는 날이면 건물 내부에 빗물이 고이고 있으며, 당진에 폭우가 내렸던 6월 30일에는 침수 피해를 당하며 직원들이 하던 업무를 멈추고 빗물을 치우는데 동원됐다. 같은 날 또 다른 B업체 역시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공장 건물 바닥에서 물이 역류했고, 안전을 위해 기계 가동을 한동안 멈춰야 했다.

공장과 주요 시설물에서는 변형, 균열 그리고 전도 현상이 심각하다. A업체의 전기공급시설인 크레일 장비는 매년 앞으로 기울어지는 각도가 예사롭지 않아 안전사고를 대비해 전력 공급을 끊고, 사용을 중지한 상태다. B업체의 공장 바닥은 이미 심각한 균열과 처짐으로 인해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레일을 이용하는데 제2의 사고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그리고 건물 외벽 균열은 물론 바닥 침하로 인해 기둥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도 발생해 안전시설물을 설치했지만, 언제 기둥이 무너지고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이 외에도 가스배관 등이 변경되거나, 건물 화강석 파괴와 틈새 발생 및 폭발성 물질 저장소 위험 노출 등의 위험한 상황이다.

송근상 한전비대위 위원장은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공사 관련 업체로 인해 부곡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시에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서 이 문제가 얼른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B업체 공장 내부의 레일이 원래는 평평했지만, 지반침하 이후 굴곡이 생겼다.
B업체 공장 내부의 레일이 원래는 평평했지만, 지반침하 이후 굴곡이 생겼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6일 한국전력구공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한전비대위)와 당진시 김영명 부시장을 비롯한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부곡공단 지반침하 사고와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당진시 도시재생과, 허가과, 수도과, 환경정책과는 각 실과에서 한전과 그 외 공사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송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도시재생과는 GS EPS를 상대로 송전설로 설치할 때 실시계획인가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원상복구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경정책과는 동아지질을 상대로 물환경보전법으로 소송을 하고 있다. 그리고 허가과와 수도과는 한전을 대상으로 각각 수직구 개발행위를 받지 않은 것과 지하수를 300t 이상 배출했지만 늦게 신고한 점을 두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들은 한전비대위는 당진시에서 한전을 비롯한 공사 관련 업체에 대한 소송에 전폭적으로 지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업체의 전기공급시설인 크레일 장비가 지난해보다 더 기울어진 상태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A업체의 전기공급시설인 크레일 장비가 지난해보다 더 기울어진 상태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안동원 사무총장은 “시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임하는 부서가 있는 반면에 형식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부곡공단의 피해에 대해서는 시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기업을 이전처럼 정상화하기는 어려운데, 현재 피해 규모 산출액은 500억 원 수준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잠재적 피해 금액은 더 커질 것이다. 더욱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지반침하 사고는 당진시에서 GS EPS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했을 당시 당진시에서 공사중지 조치 등을 했다면 지금의 피해를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겠지만, 막지 못했던 만큼 그 책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사고 이후 GS EPS는 단 한번도 사고 현장에 찾아온 적도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누구 하나 죽어야 정신차리겠나, 지금 부곡공단은 중대한 사고를 당했고, 당진시는 간접적 책임이 있다. 부곡공단은 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해야 하는데 위험하니까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비대위에서는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진행하고 있다. 소송에서 이겨도 의미와 영광은 없지만, 최소한의 복구 비용만이라도 받는다면 다행이라 여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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