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국회가 시끄럽다. 국회뿐 아니라 국회 밖에서도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실망과 비난과 분노가 어우러져서 내는 사회분위기의 소리이다.


사실 그 동안 진행되어온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소위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구조와 도덕관의 수준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매번 인사청문회 때마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를 되풀이 하면서 절망하고 있다. 정직하지만 바보가 되고, 성실하지만 봉이 된 서민들이 잘난 그들의 온갖 치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인격적 존경을 할 수가 있겠으며 국가에 대한 봉사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능력있고 깨끗한 인물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인가. 능력의 우수와 도덕의 우수는 비례할 수가 없는 특수한 함수관계인가. 아니라면 도덕과 능력은 애초부터 반비례하는 관계였던 것인가. 이러다가는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한 번쯤 한 전과가 없으면 팔불출이 되게 생기지 않았는가.


인사청문회가 능력있고 도덕적 흠결이 없는 인물을 찾는 장이 아니라, 결함이 덜한 인물을 고르고, 범법도 얼마나 봐줄 수 있는 것이냐의 경중을 가려내는 일을 하는 장이 되고 있으니 한심하고도 심각한 일이다.


청문회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도 문제다. 여,야의 위치가 바뀌기 전의 전력과 행태를 문제 삼아서 네가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이다. 정당치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네가 정당하다고 했으니 마찬가지로 나도 정당하다는 식이다. 구태를 벗기란 그리도 힘드는 일인가.


이런 와중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상임위원장이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하여 노동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지경이라고 한다. 거부 이유와 개최전제조건으로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일방적상정에 대한 사과와 자신에 대한 위원장사퇴촉구결의안 및 윤리위제소를 철회하라는 것이나, 한나라당은 정당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논리적 공방을 벌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인사청문회 기한은 22일이다. 청문회는 열어야 한다.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정당한 권리인 인사청문회를 개인의 독단으로 무산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특히 어떤 사안을 연계시켜 다른 사안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는 일은 지극히 위험하고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독불장군은 위험하다. 대의를 그르칠 수 있고, 개인을 그르칠 수도 있다. 부메랑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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