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지난 10월 6일 당진시는 2024년 조직개편 용역결과 요약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시장이 어떤 분야를 중시하여 시정을 운영할지 보여주는 첫 결과물이다. 역대 시장은 조직진단용역 결과를 대체로 수용하고 특히 용역 수행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늘 강조해 왔다. 

그래야 공직사회의 불만을 용역사에 넘길 수 있으니, 인사권자가 전문가 뒤에 숨는 셈이다. 그래서 4억 5000여만원의 조직진단 용역비 속에는 공직사회와 시민들의 원성 감내비도 들어있다. 

시민들은 조직개편엔 관심이 없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맨날 자리를 바꾸어보는 원숭이 합창단을 보는 심정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보고서에 ‘지역급식팀폐지, 지역급식업무는 당진교육지원청에 우선 이관, 교육청 이관 불가시 민간업체 위탁추진’이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진에는 3년 전 학교급식센터 직영 전환을 주도한 학부모들이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도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이해 당사자다. 그들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은 페인트 모션이고 실제로는 민간업체에 위탁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업체의 범주에는 영리업체도 포함되어있다.

10월18일 시의회와 학부모들 간담회에 담당 국장과 과장들은 용역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관이 조직개편 용역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시는 용역을 방패로 쓸 수 없다. 따라서 용역수행과정에 대하여 알아도 몰라야 하기에 학부모들의 질문의 대답은 용역사의 몫이 되었다. 

그날 격앙된 공방 중에 밝혀진 중요한 사항들은 첫째, 충남도내 지자체들의 센터 운영현황을 용역사가 잘못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용역사 연구진이 추세는 고사하고 최신의 현황도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학부모가 용역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둘째,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센터를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곳이 없음을 용역사가 인정했는데 이는 결국 법적으로 센터의 교육청 운영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연결됐다. 

셋째, 용역사는 학교급식법상 센터를 당진시 산하기관이 아닌 교육청에 이관 할 수 있다는 법해석을 변호사 자문도 없이 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넷째, 이렇듯 급식의 안전성을 담보로 당진시가 얻는 예산 절감액은 최소 7억인데 이는 검수, 소분, 수불, 배송비로 필수경비다. 결국 당진시의 예산절감액 만큼 급식재료비에서 충당 하여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밥양과 질적 저하는 불가피하다. 

중앙정부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전하거나 당진시의 시설관리 업무를  당진시가 설립한 공사에 이관하는 것과는 달리 교육청 업무이관은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용역수행과정에서 교육청의 수용 가능성을 타진했어야 했으며, 현 직영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의사도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설문지에는 급식내용이 없었다.

아이들의 밥은 이로서 시와 교육청 사이에 폭탄 돌리기 대상이 됐다. 법에 따르면 식자재 수급은 학교장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그래서 학교급식센터가 있기 전에는 각 학교가 업체에 직접 주문하고 배달 받았다. 당연히 업체가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에 불량식자재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그리고 지역농산물, 친환경과는 상관없는 급식이 이루어졌다. 일괄 구매하면 가격도 싸고 한 번에 검사할 수 있어 불량식자재를 막기 쉬우며 무엇보다도 소규모 학교에도 같은 가격에 납품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의 점심 연간 190끼는 지역농수축산물의 주요 소비처이기에 학교급식센터는 확대되어 왔다. 2020년 당진시가 농협에 민간위탁운영되던 센터를 직영 전환해 내면서 충남 전 지자체가 우리를 따라왔다.

우리의 관심은 충분한 양의 질 좋은 음식이 아이들에게 공급될 것인가이다. 학교에 급식이 시작되고 급식의 공공성은 계속 강화됐다. 개별 학교별 사입에서 농협이 운영하는 학교급식센터를 통한 전품목 공급을 주민조례청구 운동을 통해 전국 최초로 실현시킨 사람들이 당진시민들이다. 

2008년 5425명의 서명은 당진시가 친환경 지역농수축산물을 차별 없이 아이들에게 먹이도록했다. 2020년엔 학교급식센터를 직영으로 결정하고 그 추운 겨울 개학과 동시에 식재료를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력과 시민들 헌신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급식은 다시 역진의 기로에 서있다. 교육청 관계자가 신문 인터뷰에서 교육청 이관을 계속 시가 요구하면 교육청은 능력이 없으므로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진정 전문가가 뭐길래 4쪽짜리 보고서와 1줄짜리 결론으로 2만명의 아이들의 밥상을 걷어차는 것이며, 4만의 부모를 불안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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