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춤추는 곳, 빛이 비추는 곳
빛춤공방 강은경 작가

“아이를 낳고 한동안 산후우울증 때문에 심적으로 어려움을 느꼈어요. 자존감도 많이 낮아진 상태였고, 무엇을 해야 좋아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누군가가 선물 받는 유리공예 작품을 보게 되었고, 빛 그림자의 예쁨에 호기심이 생겨 무작정 서울로 유리공예를 배우러 갔어요”

유리공예 빛춤공방 강은경 작가. ⓒ이혜진
유리공예 빛춤공방 강은경 작가. ⓒ이혜진

[당진신문=이혜진 시민기자] 강은경 작가와 유리공예의 인연은 작은 선물에서 시작됐다. 강은경 작가는 유리공예 원데이 클래스에서 첫 작품으로 티라이트 캔들 홀더를 만들었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작은 초에 불을 켜는 순간, 유리 조각 조각에서 나오는 빛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유리를 통해 희망의 빛을 본 강은경 작가는 유리공예에 빠져들었고, 서울과 당진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육아를 병행하며 유리공예를 배워야 했기에 쉽지 않았지만, 강은경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활용해 하루에 한 작품씩 완성해내며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대학교 시절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섬세한 유리공예 작업 과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열의에 넘쳐 8시간씩 작업에 몰두했어요. 서울에 갈 수 없을 때는 아이를 재우고 집 베란다에서 작품을 만들었죠. 그렇게 혼자 연습하다가 작업실이 필요해 원룸을 얻었고,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방을 오픈하게 되었어요. 공방에서 클래스도 운영하고 싶은데 지금은 작업할 게 많아서 못하고 있네요(웃음)”

김대건 신부를 표현한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 ⓒ이혜진
김대건 신부를 표현한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강은경 작가는 자신의 종교적인 삶을 녹여 작품에 표현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과 함께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특히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김대건 신부를 고귀한 모습으로 담아내 많은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작가의 글과 작품을 본 사람들의 마음은 동요했고, 의미있는 선물로 작품을 찾는 천주교 신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저는 작업하기 전에 어떤 이유로 선물하는지 먼저 물어봐요. 그리고 선물 받을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하죠.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빛 그림자를 통해 평안함을 찾고,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나왔으면 좋겠어요. 유리가 햇빛을 받아야 더 이쁜 것처럼, 사람도 세상의 빛을 받아야 반짝이죠”

유리공예 작품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유리로 위안을 얻고, 빛으로 희망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은경 작가는 한 작품 한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만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담아 도안을 그리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모아 하나의 소중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힘을 쏟았는지 느껴져서일까. 강은경 작가의 신비롭고 영롱한 작품은 선물을 주고받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안겼다.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들. ⓒ이혜진

그리고 강은경 작가 또한 우울감에 사로잡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취미로 유리공예를 추천했다. 스탠드 조명, 화분, 거울, 티매트, 보석함, 썬캐쳐 등의 작품처럼 차가운 유리가 아름답게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밝아지길 희망했다. 유리공예를 시작하기 전,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자신이 유리에 비친 아름다운 그림자를 보고 방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온 것처럼. 

“예전엔 나만을 위한 기도를 했다면, 유리공예를 시작한 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유리공예만의 특별함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특히 세상과 멀어지려고 하는 위태로운 청소년들에게 유리공예를 알려주고 싶어요. 같이 작업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도 털어놓고 하다 보면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은경 작가의 작업실인 빛춤공방. ⓒ이혜진
강은경 작가의 작업실인 빛춤공방.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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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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