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 작은 부속실에서 시작..“음악이 좋지만, 가정과 직장이 우선”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크고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당진의 생활 예술인이 있다. 이들은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시간을 내어 동아리와 클럽 활동을 통해 활발한 취미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때때로 무대에 올라 생활 음악의 저변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당진에서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며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생활 음악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S.P.R 이동근 회장. S.P.R회원들은 가정과 직장을 우선순위로 두고, 음악으로 서로에게 응원을 하고 있다. ⓒ지나영
S.P.R 이동근 회장. S.P.R회원들은 가정과 직장을 우선순위로 두고, 음악으로 서로에게 응원을 하고 있다. ⓒ지나영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직장인 밴드 활동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밴드 활동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일까. 도전과 같은 밴드 활동을 22년이라는 세월 동안 음악을 통해 끈끈한 정을 이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직장인 밴드 S.P.R 음악동호회. 

지난 2001년 밴드의 초창기 멤버 윤석준 전 회장은 합덕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 3명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카센터 뒤에 작게 있는 부속실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그래서 밴드 이름이 부속실을 의미하는 Spare Part Room의 약자인 S.P.R이다. 이처럼 적은 인원이 작은 부속실에서 시작한 밴드는 22년이 된 합덕의 대표 밴드가 됐다.

4년 전 S.P.R의 회장을 맡은 이동근 회장 역시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2002년 가입한 이후 21년간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동근 회장은 “현재 1기는 초창기 멤버를 포함해 7명이며, 2기는 4명이다. 원래 3기까지 있었지만, 3기는 해체됐고, 지금은 1기와 2기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며 “1기의 경우 보컬만 몇 번 바뀌었고, 대부분의 멤버는 바뀌지 않고 있으며, 주로 7080 음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R-1기 멤버들. 왼쪽부터 건반 이동근, 드럼 최성길, 드럼 조규장, 기타 윤석준, 건반 강진아. ⓒS.P.R 제공
SPR-1기 멤버들. 왼쪽부터 건반 이동근, 드럼 최성길, 드럼 조규장, 기타 윤석준, 건반 강진아. ⓒS.P.R 제공

2001년 밴드 결성 이후 꾸준한 연습을 해온 S.P.R 멤버들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상록문화제 공연을 비롯한 2011년 한진 바지락 축제 공연, 2017년 왜목마을 해변축제 락 콘서트 공연, 2018년 제2회 버그네 연호축제 공연 등 지역의 여러 무대 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역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자체공연을 2002년부터 5년간 매년 자비로 개최했지만, 멤버 모두 직장인이었던 탓에 무대 공연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기란 어려움이 늘 있었다. 이 때문에 2년에 한 번씩으로 변경해 자체공연을 열면서, 주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합덕 도시재생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음악회를 개최한 S.P.R은 올해 9월 16일에도 멋진 공연으로 주민들과 만났다.

이동근 회장은 “멤버 모두 직장인이다 보니까 공연 연습도 하고, 악기도 직접 준비하는 등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매년 하던 공연을 2년에 한 번으로 바꿨고, 지난해부터는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받아 공연하고 있으며, 올해 15회가 됐다”며 “해마다 주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다 보니, 어느덧 저희의 공연을 기다리는 분도 계시고, 응원해주는 분도 계신다. 그렇게 성장하다보니, 지금은 11명의 멤버가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정과 직장을 우선하는 밴드

현재 S.P.R 멤버는 1·2기 합쳐 직장인 11명이며, 이들은 각자 파트를 맡아 기존의 음악을 합주하고 있다. 1기 △보컬 방효진 △기타 윤석준, 조영동 △베이스 노창열 △드럼 조규창, 최성길 △키보드 이동근, 강진아 2기 △보컬·키보드 이소연 △기타 이광연 △베이스 김명호 △드럼 최성길 씨다.

SPR-2기 멤버들. 왼쪽부터 베이스 김명호, 드럼 최성길, 건반 이소연, 기타 이광연. ⓒS.P.R 제공
SPR-2기 멤버들. 왼쪽부터 베이스 김명호, 드럼 최성길, 건반 이소연, 기타 이광연. ⓒS.P.R 제공

S.P.R 멤버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공무원에 화물 운전자 그리고 개인 사업자까지, 그렇기에 매번 정한 연습 시간을 지켜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 함께한 멤버들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누구 하나 짜증내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밴드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가정과 직장을 우선순위로 두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근 회장은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하고 있지만, 가정과 직장이 가장 우선으로 두고, 음악을 해야 한다고 멤버들에게 늘 말한다”며 “본분은 잊지 말자는 의미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하는, 맡은 일을 내팽겨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서, 멤버가 연습에 늦거나, 혹은 갑자기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다져진 화합 덕분일까, 실력도 만만치 않다. 매주 1·2기는 각자 연습하는 날이면 합덕에 마련된 작은 연습실에 모여 서로 안 되는 것을 알려주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S.P.R에도 고비는 있었다. 이동근 회장은 “아무래도 밴드가 7080세대 음악을 주로 하다보니까, 젊은 멤버가 들어오면 노래 선곡에서 입장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컬이 그만두면, 우리와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도 참 어렵다”라면서도 “직장인들이 모였으니까, 사실 돈 문제는 별로 없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현재 S.P.R의 2기 모집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동근 회장은 쉽게 멤버를 뽑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이어온 밴드인 만큼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음악으로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이동근 회장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밴드를 더욱 활성화 시키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동근 회장은 “멤버들 환갑 때 밴드가 축하 공연을 하는 날까지 함께 하고 싶다. 제가 서른 중반에 밴드를 시작했는데, 벌써 55세이니까 환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동안 7080 음악을 주로 했지만, 젊은 층에게도 저희 밴드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그만큼 실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마을과 여러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저희를 봐주시고,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S.P.R은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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