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치열한 여름 보내고 있는 영농인들..새벽에 시작해도 땀이 송골송골

야외 작업을 마친 후, 무더운 시간 실내 작업을 이어가는 김희순 씨. ⓒ정택원
야외 작업을 마친 후, 무더운 시간 실내 작업을 이어가는 김희순 씨. ⓒ정택원

[당진신문=정택원 인턴기자] 수해를 입혔던 장마가 떠나고 무더운 더위가 찾아온 요즘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당진의 영농인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충청남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도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총 154명이며, 사망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당진은 33도 안팎을 웃도는 무더위로 당진에서 사망자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지만 온열질환자가 12명 발생했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며 고령 농업인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 논과 밭에서 장시간 농사일을 하다보면 온열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정미면 사관리의 한 들깨 농가에서 안혜자(81) 씨는 이른 아침인 5시부터 밭에 나와 일을 시작했다. 하루 중에 그나마 이른 아침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이어도 일하는 밭의 기온은 체감 34도까지 올랐고, 이른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한 탓에 안혜자 씨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위는 이어졌다. 그럼에도 안혜자 씨는 작업을 멈출 수 없다. 남편이 밭일 중 쯔쯔가무시에 감염돼 입원한 뒤로, 800평 상당의 들깨밭을 언니와 단둘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와 함께 들깨 순을 치고 있는 안혜자 씨. ⓒ정택원
언니와 함께 들깨 순을 치고 있는 안혜자 씨. ⓒ정택원

안혜자 씨는“작업 양이 많아서 한 번에 다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더운 오후 시간을 피해서 이른 아침과 오후 해가 지는 때, 하루에 두 번 작업을 나눠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관리에서 약 600평의 땅콩 농사를 짓고 있는 김희순(91)씨 역시 오전 5시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희순 씨는 “매일 무더위로 작업할 때마다 힘드니까 아침 일찍 나와야 그나마 할만하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평소보다 시원한 것 같다”며 “태풍이 북상 중이라 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태풍으로 피해가 발생할까 걱정된다”라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온열질환 예방지침’에는 무더위에 유의해 1시간에 10~15분 이상씩 주기적인 휴식하고,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엔 옥외작업 최소화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영농인들에게 주기적 휴식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해진 작업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만큼 수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가이드라인 또한 영농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고구마 줄기의 풀을 뜯는 최기열 씨 부부. ⓒ정택원
고구마 줄기의 풀을 뜯는 최기열 씨 부부. ⓒ정택원

오전 10시까지 고구마 순을 치고 있던 최기열(72)씨는 “쉬고 싶어도 작업을 해야 한다. 작물들은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금방 망가지기 때문”이라며 “작업을 하다가 머리가 핑 돌거나, 몸이 이상하면 바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른 아침부터 밭일 작업에 몰두했던 농업인들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이후 마을회관에 모였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폭염을 피해 마을회관과 각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무더운 더위를 극복하고 있다.

최기열 어르신은 “농사도 분명 중요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뭉쳐 즐겁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종순 부녀회장은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자주 만든다. 무더운 여름에 농사가 끝나고, 다같이 마을회관에 모여 먹는 시간이 행복하다. 농사를 지어 만든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면 더 맛있는 느낌이 든다”며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밭에 여러 벌레도 많고, 벌레에 물리는 경우도 많다. 무더위가 우리 어르신들을 정말 힘들게 하는데, 얼른 무더위가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진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폭염과 이어지는 태풍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당진 #당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