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씨 신춘문예 시 부문 ‘분홍잠’ 당선
전 당진 나루문학회장 역임

농민신문사가 역량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 농촌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실시한 ‘제19회 농민신문 신춘문예 작품 공모’에서 ▲시 부문 <분홍잠>(김겨리(본명 학중)·당진시 읍내동)씨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김학중의 <분홍잠>은 가을 정취 물씬한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홀몸어르신의 하루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농촌 홀몸어르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시각 청각 촉각에 생생히 스치는 듯 한 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중 작가는 “내 시의 여백이 되어주신 홍·정·심 시인과 당진 시인들께도 감사드리며, 아내와 군복무 중인 두 아들, 어머니를 떠올리며 뭉클한 감동이 왔다. 모든 지인들께 소박한 덕담이고 싶은 겨울, 얕은 시심을 헤아려 주신 신문사와 손해일· 황인숙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리며, 이제부터 내딛는 한발 한발 정갈한 보폭으로 걸어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단편소설 62편, 시 1438편, 시조 395편이 응모돼 열띤 경합을 펼쳤다. 예심은 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인 정희경(14회 단편소설)·최옥향(11회 시)·김봉집씨(14회 시조)가 맡았다. 본심은 ▲시 손해일·황인숙 시인 맡아 진행했다.
한편 김학중 씨는 현재 현대로템㈜에 근무하고 있으며 나루문학 회장직을 역임했었다.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겨리(본명 학중)
분홍잠
 
고수레로 남겨 둔 홍시의 밀린 잠이 붉은 저녁이다
마당을 쓸던 노인이 허리를 굽히자 짧은 옷단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등골,
그 깊은 계곡까지 노을이 들었다
무너지는 한쪽 벽에 봉창 달빛을 빚어 얽는 거미가
바람이 들지 않도록 거미줄을 암팡지게 엮는다
명아주 이파리 스적거림으로 창문을 단 집
구절초 꽃대로 세운 배흘림기둥에선 풍경(風磬) 소리가 향긋하다
노인이 굽혔던 허리를 펴면 가을볕이 어리광처럼 달려든다
도돌이표만 있는 가을볕은 노인의 십팔번이다
음정은 새털구름이고 박자는 떨어지는 은행잎,
아무나 풍월로 읊어도 진양조 장단*
지붕엔 말표고무신 한 짝이 노을로 배꼽만 덮고 누워 있다
갈기털 다 빠진 목덜미에 솟대 그림자를 괴고 잠든 말굽은
아직도 따스한 발걸음을 기억하며
지붕에 올라가 누구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긴 한숨을 쉬는 노인의 호흡이 가늘게 떨린다
허공에 써 놓은 점자로 되짚어 가는 길에도
과속방지턱이 있는지 바람도 잠시 주춤하는 법인데
어느새 성성해진 백발과 그믐달만 뜨는 눈썹
슬하에 노을 닮은 은행나무 한 그루만 달랑 둔 노인의 가계(家系)
입술에 허옇게 일어나는 각질을 옷소매로 쓱 훔치니
노을이 찍 묻어난다
노인의 등뒤로 달이 뜬다 어쩌면, 오늘밤
은행잎 한꺼번에 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뜻
노을의 끄나풀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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