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감리교회 방두석 목사

가을이 주는 교훈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모양이 못내 아쉬운 가을, 아니 이제는 아쉽다 못해 꼭 붙잡고 싶은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이미 다 갖춘 듯합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 그렇게도 기다렸던 가을이었는데 이제 좀 가을을 느끼나 싶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속절없이 가버릴 모양입니다.
허나 생각해 보니 어차피 떠나갈 운명, 이제는 쿨(?)한척 보내 주어야겠습니다. 그동안 파란 하늘과 빨간 단풍으로 눈이 많이 호강했었는데 이렇게 가을을 배웅하며 잠시........ 가을이 남기고 간 교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을은 열매를 남깁니다. 열매는 아름다운 결과이기에 그 자체로서 소중합니다. 그리고 열매는 절대로 순식간에 얻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가치가 있습니다. 성경에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그야말로 눈물을 흘리는 수고와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소중한 열매를 얻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열매는 반드시 씨를 뿌리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 누군가가 그런 수고와 과정 없이 열매를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파렴치한 도둑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열매는 심은 대로 거둡니다. 이 말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심은 씨앗의 종류대로 열매를 거둔다는 것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된장을 담그려는데 팥을 심거나, 팥죽을 쑤려는데 콩을 심는 사람은 바보중의 바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올 한 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냈나?’에 대해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현재의 나의 모습이 바로 올 한 해 동안 내가 심은 삶의 결과물일 테니까요.  
둘째, 심는 양에 따라 거두는 양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두고, 조금 심으면 조금 거둡니다. 따라서 가능한 넓은 곳에 충분한 양을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가급적 일은 적게 하려 하면서 열매만 따려고 하는 어떤 요행을 바라는데 그런 불한당(不汗黨) 같은 행위는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갈 뿐입니다. 하나님도 그런 사람은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부지런히 심어야 합니다. 많이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 열매를 기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을은 겨울을 준비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가을 뒤에는 반드시 겨울이 오기 때문입니다. 제 나이 예순이 조금 못 되었습니다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순서가 뒤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또 그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어떨까요? 봄처럼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던 어린 시절, 여름 같이 인생의 화려한 꽃을 피웠던 청년기, 가을이 되어 주렁주렁 맺은 열매를 기쁨으로 거두던 장년기, 그리고 그 다음엔 겨울을 맞이하듯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노년기가 다가온다는 것이죠. 분명한 것은 이 순서도 절대로 바뀌지 않고, 그 누구도 예외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셨나요? 어머니가 김장을 하고, 보일러 연료통에 기름을 채우는 것으로 겨울을 준비하듯, 나에게도 분명히 다가올 인생의 겨울을 미리 준비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요? 특별히 그 인생의 겨울의 준비가 단지 노후를 준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부분에까지 이르러 단 한번만이라도 영혼을 생각할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단언컨대, 인생의 겨울을 잘 준비하는 것이 정말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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