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영화 한 편의 소고(小考)
 
전 교육공무원
나루문학회장
김  종  범


며칠전 어떤 분이 요즘 지방신문에서 필자의 글을 접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동안 게재했던 글에 대해서 호평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시대적 이슈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판의 날을 세워서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운다는 것이다. 밋밋한 문학적인 표현이나 전공분야의 지루하고 난해한 글과는 다른 차원의 글이라고 말한다.
글은 글의 소재가 있어야하고 그 소재에 대한 욕구와 상상력이 있어야 한편의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글의 소재 선택에는 어느 누구를 의식하거나 구속을 받지 말아야한다.
필자는 비판적인 성향의 글을 쓰면서  비판의 한계가 있고 감히 넘을 수 없는 성역이 있음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 모 지방지에 그동안 지역사회 이슈로 논란이 되었던 황해경제자유구역송악지구 개발사업, 무분별한 공장 입주로 인한 공해문제 등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언급했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연계된 첨예한 사안으로 지면에 게재해서 공론화 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움을 알고 있다. 또한 지자체 장의 시 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신랄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그로 인하여 어떤 분으로부터 교육자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며 그런 성향의 글은 자제해달라는 점잖은 충고를 받았던 것이다. 이후로 글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고 괜찮은 글감이 있어도 한계의 제약으로 주저하게 되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열화와 같은 성원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 오랜만에 무뎌진 필을 들었다.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이면 인터넷에 들어가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감상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곤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인터넷 메가패스의 영화 싸이트에 들어가면 그동안 상영되었던 모든 영화들이 장르별로 분류되어 이를 시청하도록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시청자들의 평점이 가장 높은 『사랑하는 여자 창녀』란 제목의 영화를 감상하였다. 마이클 포켓과 네오미 고딘 주연, 클라우드 포르니에 감독 작이다.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조르주 게렝과 데이지 두 남여이다. 남자 주인공 조르주 게렝은 당대의 명망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유명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했지만 상상력이 고갈되어 계약기간은 다가오는데 집필중인 원고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 카페에 들러 상상력을 짜내보지만 창작의 한계에 부딪힐 뿐이다.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절망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어느 날 카페에서 우연히 데이지라는 이름의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대화중에 여자의 직업을 물었다. 가장 오래전부터 있던 직업이고 전문직이라고 한다. 무슨 직업인지 의아한 생각으로 다시 물었다.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대답한다. 몸을 파는 창녀라고 하였다. 그녀는 매춘을 하게 된 동기부터 그동안 그 직에 종사하면서 갖가지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이야기 한다. 남자 주인공 조르주 게렝은 그녀와 만나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남자의 요청에 의해서 만날 때에는 만나는 시간을 계산해서 돈을 건네주기도 했다. 조르주 게렝은 그녀를 만나면서부터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창녀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조르주 게렝 부인은 성행위를 묘사한 음란한 내용의 글에 남편을 나무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새우며 글을 쓰곤 한다.
드디어 원고가 완성되어 출판사에 넘겨준다. 편집장으로부터 훌륭한 작품이라고 격찬을 듣는다. 책 박람회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며칠 전에 앞으로 나를 만나기 어렵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데이지를 사방으로 수소문하지만 찾지 못한다. 어렵게 그녀의 집을 찾게 된다. 자기 딸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녀의 부모가 반갑게 맞이한다. 데이지의 소식을 물었을 때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그동안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며칠전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지는 문학수업을 받는 대학생이었고 작가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조르주 게렝은 발걸음을 돌려 둘만의 공간으로 마련했던 별장으로 간다. 데이지 부모가 건네준 사진을 벽에 걸고 그 사진 앞에서 아름다웠던 사랑을 회상하며 깊은 상념에 젖는다. 그리고 서재에서 시리고 아픈 사랑과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집필 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필자는 교육이라는 색깔이 있는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잔뼈가 굵었다. 격에 맞지 않는 정치, 사회분야의 전방위적인 비판적 안목을 갖는다는 것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무모한 발상임을 깨닫는다. 필자의 글에 대해서 냉소적인 독자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다수의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는 현실감에 문제가 있음도 알고 있다.
소개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현장에 뛰어들어 탐색하고 체험할 때 창의적인 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명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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