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시 - 문현수

바심 (탈곡)

콤바인을 차에싣고 모퉁이 돌때쯤
동네 형님을 만났다

"오늘은 누구네 바심혀"
"저 돌어집유"
"내일 우리꺼 허지"
"예 구탱이 볐슈"
"응 다 혀놨어"
"알었슈 낼 가께유"

부지런히 가서 기계내리고

"아줌니 안빠쥬"
"글쎄 저쪽은 조심혀"
"알었슈"

시동걸고 논으로 들어가
벼가잘리고 이삭이 털리고
그벼가 탈곡통으로 들어가는 소리는
이 계절 그 어느소리보다
귀하고 귀한소리일 것이다
이미 마음 한구석은 풍년으로 가득하고
또다른 곳에서는 농부의 설움이 복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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