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교학사 역사교과서,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건가?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끄럽다. 역사교수들,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에게까지 ‘교과서내 오류 지적’과 ‘우익편향성’ 그리고 ‘일제 미화’ 등에 대해 지적받고 있다. 이들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검정취소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 없이 8종 교과서 전체의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식의 물타기성 발표를 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교학사를 제외한 다른 교과서 7종의 집필자들은 “검정취소를 요구받는 교학사의 역사교과서와 (다른 7종의 교과서가)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며, 교과부의 방침으로 정해진 ‘전문가협의회를 거친 교과서 재검정’은 이미 이전에도 위법한 것으로 법원판결이 난만큼 따를 수 없고, 교과서 검정시한을 한 달이나 연기한다는 것은 교학사에 대한 엄청난 특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오류 289개, 인터넷 자료 표절의혹까지
이번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큰 틀에서 2가지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하나는 사실관계의 오류와 부실이며, 다른 하나는 식민사관 등의 우편향된 사관을 심각하게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관계 오류 가운데 일반적인 사실 오류는 289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정통과 전에는 500~600여개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부여의 지배권을 한반도에 국한시키고, ‘고구려 건국 당시 5개의 부족이 참여했다’는 식의 표현으로 고구려를 부족국가화하고, 신라의 경우는 박혁거세를 ‘족장’으로 격하시키는 등 고대 국가에 관련된 서술부터 식민시대 일제 극우파의 사관, 소위 식민사관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오류들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 식민시대, 근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다. 더욱이 교학사 교과서는 인터넷에 이미 올라와 있는 사진, 위키디피아(온라인백과사전사이트)의 내용을 표절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교과부가 발표한 검정 원칙 중에 ‘표절’은 검정 취소 사유다.

이념적 편향이 사실관계의 오류로 나타나
일제 강점기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 나타나는 사실관계의 오류는 이념적 편향성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4개의 역사단체는 10일 교학사 교과서 분석 결과를 공개한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설명회‘를 가졌다. 이들에 따르면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일제 강점기를 68쪽으로 다루고 있는데, 절반 정도는 독립운동사를 다루고 있다. 그 중 11쪽에 걸쳐 이승만의 이름이 모두 42회, 사진이 5장 등장한다. 이에 반해 임시정부의 마지막 주석 김구 사진은 딱 1장, 윤봉길 의사 사진은 아예 없다. 이승만과 사이가 나빴던 안창호의 이름도 이 단원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독립 운동을 이승만이 주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승만은 미국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외교에 의한 독립을 주장하면서 외교적 활동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해임시정부에서의 과도한 자리다툼, 이민자들이 하와이 등지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독립자금을 횡령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현지 독립운동가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등 독립운동에서의 과오가 이미 밝혀진 상황에서, 이런 서술 자체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이다. 한 인물의 평가는 그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판단해야 하지만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켜세우고 싶은 우편향 학자들 소위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은 객관적 사실들은 애써 눈 감고 일부 사실들만을 부각시켜 이승만의 업적을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근·현대사 서술 전체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역사교육문제를 정치적 편가르기와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으로 악용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진은 이명희 공주대교수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로 대표된다. 이들은 뉴라이트 단체에서 활동해온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이들이 교과서에 서술한 내용뿐만이 아니라 이전에 발표한 대안교과서, 정치적 활동 등에서도 그 독재를 미화하는 우편향성과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친일적 식민사관의 인용 등으로 인하여 학문적 객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학자들이다. 이번 교학사교과서 발표 이후 일본 언론은 ‘한국의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찬양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학사교과서가 일제강점기가 한국의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향후 교육현장에서의 교과서 채택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일본 언론의 반응만 보더라도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고대사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식민사관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고, 그것들이 교과서 채택 이후 학생들에게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것은 역사단체와 여러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는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의 이론적 지주로 지목받고 있는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를 교과서 검정을 담당한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재검정을 받을 자격 자체도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검정통과 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유내정자는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나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낸 구약성경의 유명한 인물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임에 틀림없다”, “(이승만이 독선적이라는 평에 대해) 그가 6대 독자로 태어나 고집이 센데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학력과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학자적 양식이 결여된 말들을 늘어 놓았던 인물이다. 이전 이명박 정권이 임명했던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중학교 교과서 내용 중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고치고 ‘일본국왕’을 ‘일본천황’으로 고치라고 지시했다, 또한 임시정부사진에서 김구에 대한 설명을 빼고 이승만으로 바꾸게 했으며, 일부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언급한 부분의 삭제를 권고했던 것을 돌아본다면 유영익 교수 임명에서 나타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속적인 우편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실세 중의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 역시 ‘좋은 교과서가 공격받고 있다’는 식의 이념 공세를 강화하면서 교과서 문제를 정치적 대결로 연결시키고 있다. 국민들에게 편가르기를 강요하면서 자신들의 정치력 유지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꾸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나, 정쟁으로 몰고 가려 하지만 그것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다. 우리가(학계) 볼 때는 객관적으로 상식과 몰상식, 보편적 휴머니즘 가치관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수언론들과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의 기존 교과서 좌편향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집필자들이 기존의 교과서를 엄청 공격했는데 교과서는 좌편향 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수천, 수만 편의 논문 책자를 보고 학계의 인정을 받고, 교과서를 쓰는데 그 모든 사람들이 좌편향적인가? 기존 교과서에 불만이 있다고 스탈린-김일성-박헌영식 사관이라는 투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교과서는 원칙적으로 보수적이어야 한다“라며 좌편향성에 대한 지적을 일축했다. 이렇듯 학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향후 역사교과서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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