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나라와 민족도 많고 언어도 많지만, 자신의 언어를 적을 수 있는 문자를 직접 만들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점을 볼 때 전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세계공용어로써도 손색이 없다고 극찬하는 우리의 한글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와 외래어, 특히 괴상하기까지한 인터넷 언어들이 뒤섞이면서 한글을 파괴하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09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의 언어인 찌아찌아어의 공식 표기 문자로도 채택되는 등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랑 한글’. 이번 주는 한글에 대해 알아보자.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한글은 한국어의 고유 문자로서, 1443년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여 1446년에 반포하였다.

이후 한문을 고수하는 사대부들에게는 경시되었으나, 서민층을 중심으로 이어지다가 1894년 갑오개혁에서 마침내 한국의 공식적인 나라 글자가 되었고, 1910년대에 이르러 한글학자인 주시경으로부터 한글'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갈래는 표음 문자 가운데 음소 문자에 속한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주시경(周時經)이 지은 것으로 크다’, ‘바르다’, ‘하나를 뜻하는 고유어 에서 비롯되었다. 그 뜻은 큰 글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좋은 글, 온 겨레가 한결같이 써온 글, 글 가운데 바른 글(똑바른 가운데를 한가운데라 하듯이), 모난 데 없이 둥근 글(입 크기에 알맞게 찬 것을 한 입이라 하듯이)이란 여러 뜻을 한데 모은 것이라 하기도 한다.

한글 창제 당시에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훈민정음이라 하였고, 줄여서 정음(正音)’이라는 이름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지식층으로부터 경시되며, 본래의 이름으로 쓰지 않고 막연히 언문’, ‘언서’, ‘반절로 불리거나, 혹은 암클(여성들이 배우는 글)’, ‘아햇글(어린이들이 배우는 글)’이라고 낮추어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 한글이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1913323일 주시경이 배달말글 (조선어문회)’한글모로 바꾼 바 있고, 같은 해 9월 최남선의 출판사 신문관에서 창간한 어린이 잡지 아이들 보이의 끝에 가로글씨로 한글풀이라 한 것이 있고, 19144월에 조선어강습원한글 배곧으로 이름을 바꾼 것 등으로 볼 때 1913년 무렵 주시경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1927년에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한글이라는 잡지를 매달 발간하였다.

한글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된 것은 19281111일 조선어연구회에서 가갸날을 한글날로 고쳐 부른 때부터라고 한다.

현재 한글의 명칭은 대한민국에서는 한글로, 북한에서는 조선어자모로 부르고 있는데, 20012월 중국 옌지에서 열린 5차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ICCKL 2001)’에서는 남과 북, 해외 동포 학자들이 국제 표준화 기구(ISO)에 등록하기 위한 명칭으로 정음(Jeongeum)’을 쓰기로 합의하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글(Hangul/Hangeul)이라는 이름을 많이 쓰지만, 중국에서는 조선 자모와 같은 이름을 쓴다. 일본에서는 한글은 물론 한국어를 한구루(한글)’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NHK 방송에서 한국어 강좌를 설립시에 남한의 한국어와 북조선의 조선어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어 강좌 명칭으로 '한글 강좌'를 사용하여 많은 일본인들이 이를 보고 한글의 뜻을 한국어로 오해한 것이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본디 문자의 이름이지만, 관용적으로는 한국어를 한글로 적은 것이라는 의미로 책이나 소프트웨어, 게임 등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한글화라 하고 번역본을 한글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한글 이름’, ‘한글 지명처럼 고유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둘 다 인정하지 않는다.

 

 

한글날

109. 1926114(음력 929), 당시 민족주의 국어학자들의 단체인 조선어연구회가 주동이 되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가지고, 이날을 제1가갸날'로 정하였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6(세종 28) 음력 9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당시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한글이 반포된 날로 추정하여 가갸날'로 정하고, 신민사와 공동 주최로 한글반포 8회갑(480)을 기념하였다.

이듬해인 1927년 조선어연구회 기관지 한글이 창간되고부터 이날을 한글날'로 고치고 계속 음력으로 기념하다가, 1932년 양력 날짜로 환산, 1029일에 기념 행사를 가졌다. 다시 1934년 정확한 양력 환산법을 적용하여 1028일로 정정하였고, 19407월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어 정인지 서문에 반포일이 9상한'으로 나타났으므로, 상순의 끝날인 9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9일을 한글날로 확정하였다.

1970615,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공포하여 공휴일로 정하였으나, 1990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 기념일로 바꾸었다. 한글날을 전후한 주간에 정부·학교·민간단체 등에서 세종대왕의 높은 뜻과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제정을 경축하는 각종 기념행사를 거행한다.

 

 

외래어의 습격

외래어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다는 점 역시 현대 우리말어휘의 큰 특징이다.

외국 문화와 접할 경우에 그 말도 따라 들어오게 마련인데, 특히 상대적으로 발전한 문화와 접하였을 때에는 관련 어휘가 함꼐 묻어 들어오는 것을 막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말에 외래어가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은 개화기 무렵부터 이들 서양 문명과의 접촉이 늘어난 결과이다.

현재 우리말에 들어와 있는 외래어는 종류도 많고 또 양도 많아서 여러 분야에서 우리말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외래어가 다른 나라의 문명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유입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지나치게 많으면 문화적 자긍심이 손상될 뿐 아니라, 자국어의 정체성마저 위협받게 된다.

오늘날 우리말에는 지나치게 많은 서양 외래어가 들어와 있어서, 우리 민족의 문화 자산인 우리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외래어들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유포되기 전에 처음부터 고유어나 한자어로 바꾸어 썼더라면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나. 말이란, 일단 유통되고 나면 다른 말로 바꾸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선진 문물이라도, ‘텔레비전, 라이도, 에스컬레이터'등은 외래어를 그대로 쓰면서 전화, 자기 부상 열차, 세탁기' 같은 것 대해서는 원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모두 어떤 말이 우리 사회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새로 들어오는 어휘를 먼저 고유어나 한자어로 바꾼 뒤에 쓰겠다는 생각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한글의 파괴 외계어와 신조어

알파벳·일본문자·특수문자·한글자모·숫자 등 컴퓨터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끌어다 이리저리 뒤틀어서 일반인들로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도록 표현한 사이버상의 언어를 가리킨다.

외계인들이 쓰는 언어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는 뜻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2002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언어 파괴'고유한 개성 표현'이냐를 놓고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일기도 하였는데, 초창기의 '^_^'(웃는 얼굴), '*^^*'(반가운 표정)과 같이 컴퓨터 자판의 문자·기호·숫자 등을 조합해 감정이나 의사를 나타내는 이모티콘(emoticon)에 이어 나타났다.

통신어체와 외계어는 모두 채팅에서 파생되어 나왔다. 말을 하는것보다 손으로 쓰는 글이 당연히 느린 관계로 사람들은 점점 말을 줄여 빠르게 써나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의 통신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통신어체가 단순히 쓰기의 편함과 빠름을 추구해 탄생한거라면, 외계어는 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무언가,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던 청소년들은 한글에 이상한 문자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점점 발전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남과의 대화도 단절될 정도로 심하게 한글이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통신어체가 빠름을 추구하긴 해도 한글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서 외계어는 한글의 원형이 유지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언어를 파괴하고 있다.

이로인해 사람들간의 커뮤니티가 단절되고, 어린나이에 잘못된 한글을 배워 후에 제대로 한글을 쓰지 못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통칭 외계어' 인 것이다.

채팅 상의 간결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데서 파생된 외계어는 개개인의 개성을 너무' 강하게 표현한 나머지, 언어의 사회성을 무시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개개인의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회의 다른 구성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는 이미 언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요즘 인터넷 상에는 외계어를 해석해주는 외계어 해석기'까지 등장했다. 외국어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한 언어를 외국인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해석기를 사용하여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외계어 사용의 실태가 심각함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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