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민자치와 지도자의 비젼
[오피니언] 주민자치와 지도자의 비젼
  • 당진신문
  • 승인 2021.12.24 20:29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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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2021년, 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선거 이야기뿐이고, 누구를 뽑을지 저울질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당장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대통령 선거가 70여 일이 남았고, 지방선거도 6개월이 채 남지 않았으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후보도 자치단체를 책임지겠다는 후보도 지도자로써 제대로 된 비젼을 제시하는 후보가 드물다는 데 있다. 정치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비젼과 전망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되새김이 아니다. 미래의 사태에 대한 통찰의 언어이다. 그러니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 어떤 비젼도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만을 탓한다면 유권자로써는 매우 곤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권자는 언제나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훌륭한 지도자의 정치 철학과 비젼을 제시하는 정치인 없음을 탓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찍을 후보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이다. 

정치인의 비젼은 큰 정치인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결코 아니다. 최소한의 작은 조직이라도 지도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지도자가 되려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갖고 있는 비젼을 제시해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이렇게 이끌어 보겠다는 자기 구상을 현실화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유권자는 공동체의 운명을 맡겨도 되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많은 후보자 중에 훌륭한 비젼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비록 아무리 작은 지방의 자치단체라고 해도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고, 그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에게는 “내가 선출되면 유권자의 충실한 일꾼이 되어 열심히 일해 보겠다”는 욕심만을 밝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내가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유가 지도자가 되어 우리 공동체를 이런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포부와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을 대표해 주민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일은 지도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일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만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충분조건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지도자 노릇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법이고, 누구도 선 듯 나서려 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래서 세상은 언제나 지도자로 나서 주길 바라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제발 가만히 있어 주길 바라는 사람만이 설치는 법이다. 

지금은 지방자치시대이고, 주민자치의 시대이다. 이 말을 단순하게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주민이 주체가 되어 무엇을 한다는 좁은 의미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주민자치를 통해 검증된 지도자를 정치인으로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적극 해석해야 한다. 이제 단지 무엇을 해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지도자가 되는 일은 주민자치 시대에는 없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간단한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결정으로 공동체를 파괴하고 혼돈 속에 몰아넣는 지도자를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전에는 얼굴 두껍고 수완 좋은 정치인을 지도자로 뽑는 시대였다. 지금은 친화력 좋고, 충실히 일 잘하는 정치인을 지도자로 뽑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주민자치를 통해 검증되고 발굴된 정치인 중에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할 비젼을 가진 정치인을 지도자로 뽑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친화력 좋고 일은 잘해서 좋은 것 같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자가 이끄는 자치단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살아 남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소멸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제 지도자의 선출이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라면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함께 할 세상의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