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80] “장애인도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칭찬릴레이 80] “장애인도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1.06.12 12:00
  • 호수 1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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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유일 장애아동 대상 하람어린이집 ‘한정선’ 원장
“사회가 장애를 품는 것,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차별 철폐의 시작”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장애 영유아들에게 특수교육의 조기개입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특수보육기관을 지역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당진만 봐도 그렇다. 당진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애아동 대상 어린이집은 2009년 개원한 하람어린이집, 딱 한 곳이다.

하람어린이집 한정선 원장은 특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의 부모님 모두 장애인이며,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부모님을 향한 차별과 편견을 직접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 어머니는 한복집을 운영하셨어요. 저는 가게에 붙은 방에서 손님들이 엄마를 속이고, 뒷담화하는 얘기를 그대로 들었지만, 어렸기에 반박도 제대로 못한 채 그저 부조리한 일을 겪어야 했죠. 이후 사회의 인식 변화만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적어도 장애인이 당하지 않아도 될 사회 문제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한 원장은 특수교육과를 목표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에 특수교육과 진학은 포기해야 했고, 결국 보육교사로 일을 하며 장애인 단체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한 원장은 장애인 남편과 함께 당진 지역 내 장애 영유아들이 사회와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보육을 지원하고 싶었고, 이에 오랜 준비 끝에 장애아동 대상 어린이집 개소를 준비했다.

“장애아의 교육을 평생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과 동일한 보육을 받으며 유아기를 보내게 하고 싶었죠. 그리고 가정에 장애아동이 있으면 모든 가족은 장애를 가진 구성원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장애아 가족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도 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2007년 한 원장은 사회복지법인 하람어린이집을 설립, 당초 2008년 어린이집 개원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어린 아이들도 피할 수 없었다. 어린이집 개원 소식이 알려지고 당시 마을 일부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놓았기 때문. 결국 2년간 개원을 미뤄야 했고, 한 원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우여곡절 끝에 하람어린이집은 개원을 할 수 있게 됐다.

하람어린이집 원아가 선생님과 함께 교구를 갖고 놀이하고 있다.
하람어린이집 원아가 선생님과 함께 교구를 갖고 놀이하고 있다.

“개원이 확정되고 오랫동안 대기자 명단에 올려진 장애아동 가정에 가장 먼저 전화를 했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 전화를 받은 한 어머님이 담담하게 ‘우리 아이는 얼마 전에 죽어서 이제 갈 수 없어요. 잊지 않고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죠. 이곳에서 그 아이를 치료할 순 없었겠지만, 적어도 마음 놓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시간은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 아이는 그마저 할 수 없었던 것에 어찌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1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어린이집 개설을 반대했던 마을 주민들은 마음으로 장애아동들을 품었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어린이집에 챙겨주는가 하면, 한 주민은 사용을 잘 하지 않는 텃밭에 아이들이 산책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고.

앞으로 하람어린이집을 졸업하는 장애아동들은 새로운 교육 기관을 거쳐 사회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회에서 장애인을 품을 수 있는 준비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한 원장.

아이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채소를 자르려 노력하는 모습.
아이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채소를 자르려 노력하는 모습.

“하람은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사람의 줄임말이에요. 모든 사람은 소중하듯, 장애인도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어디서나 동등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저희 기관에서 장애아동을 보육할 수 있는 기간은 딱 정해져 있어요. 앞으로 학교와 사회로 나가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가 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품어줘야 진정한 차별이 없어질 수 있어요.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달라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