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학생회장 연합, 전국 고등학생 대상 학교 등교 관련 설문조사
20일 등교반대 79.7%, 찬성 14%...“한 달 이상 지켜본 후 결정해야”

고3 등교수업이 시잔된 지난 20일 홍성여고의 교실. 사진제공=충남도청
고3 등교수업이 시잔된 지난 20일 홍성여고의 교실. 사진제공=충남도청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 20일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강행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의 고등학생들은 교육부의 등교 강행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

충남 당진시 학생회장 연합(총회장 박현진)은 지난 15일부터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등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5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5,202명 △고등학교 2학년 9,091명 △고등학교 3학년 16,292명 등 총 30,585명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일 고3부터 순차적 등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는 물음에 24,375명(79.7%)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냈다. 

이어서 △20일부터 등교해야한다 4,281명(14%) △잘 모르겠다 1,929명(6.3%) 등 의견이 뒤를 이었다.

‘등교 개학을 언제 하는 것이 적절할까’라는 질문에 한 달 이상 지켜본 후 결정하자는 의견이 12,020명(49.3%)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일 확진자가 10명 이하 된 후 2주일 이내  7,823명(32.2%) △일일 확진자가 10명 이하된 후 1주일 이내 2,441명(10%) △기타(9월 학기제 도입, 2학기 개학 등)- 2,091명(8.5%) 순이었다.

등교개학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에는 △개학은 하되 학생들의 건강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개학을 연기하고 제도나 대안을 개편할 것 △방역을 철저히 한 후 개학 할 것 △고3만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더 지켜봐야 할 것 △9월 학기제 검토 등이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충남 당진시 학생회장 연합회가 당진 지역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시작 한 것으로, SNS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고등학생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호서고등학교 박현진 총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를 교육부에 올리고 싶었지만, 개학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국민신문고로 결과를 전달했다”며 “이 제안은 등교연기가 아닌 학생들의 의견전달로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의견이 꼭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학생들이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김예지 신평고 회장, 박현진 호서고 회장, 이상혁 당진고 회장
“당장 등교보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

수화로 ‘존경합니다’를 표현 하고 있는 김예지 신평고 회장, 박현진 호서고 회장, 이상혁 당진고 회장(사진 왼쪽부터)
수화로 ‘존경합니다’를 표현 하고 있는 김예지 신평고 회장, 박현진 호서고 회장, 이상혁 당진고 회장(사진 왼쪽부터)

충남 당진시 학생회장 연합회의 등교 연기에 관련한 설문 조사는 세 가지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당진에서도 전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 학생들이 주도해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의 정치적 판단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이끌어나간 △박현진(호서고) △이상혁(당진고) △김예지(신평고) 학생은 당진중학교 동창생이다. 중학교 졸업 후 이들은 각 고등학교의 회장을 맡아 다시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입시에 어려움을 겪은 이상혁 학생은 당진시 학생회장 연합회의 박현진 학생에게 설문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상혁 학생
“저는 개인적으로 20일 등교를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등교에 관련해서도 교육부가 결정한 내용을 학생들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도 의문이고요. 그래서 현진이에게 설문조사 이야기를 꺼냈는데, 다행히 현진이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박현진 학생
“전 20일 등교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고3에게는 당장 학교에 등교 하는 것 보다 정책적으로 잘 마련된 입시 제도가 필요해요. 그래서 상혁이의 의견에 동감해서 설문조사를 하게 된건데, 전국으로 확대될 줄 몰랐죠”

등교 이후 고3 학생들은 이르면 오는 6월초에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 자사고와 특목고에 비교하면 당진의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당진 지역 학생들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김예지 학생
“입시만 놓고 생각해보면 당장 등교 하는게 맞을 수 있죠. 하지만 당진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공백이 생긴 학사나 시험 준비로 학생들은 불안하잖아요. 교육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게 아쉬운거죠”

등교 관련 설문조사는 사실 당진 지역 학생에게만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당진만의 의견을 모으는 것보다, 전국 학생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개인 연락망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알렸다.

박현진 학생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설문조사 시작 단계에 충남에 이어서 제주도가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어요. 상혁이 지인이 제주도에 계셔서 도움이 된 것이지만, 그만큼 20일 등교에 전국 학생들이 많이 신경을 쓰고 있던 거라 여겨져요”

전국 30,585명의 학생들이 낸 의견은 박현진 학생이 지난 18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20일 등교는 교육부의 발표대로 진행됐으며, 세 명의 학생들도 등교를 준비해야만 했다. (인터뷰는 19일 진행) 이에 학생들은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교육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다시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박현진 학생
“개학 시기를 1일 확진자 0명이 나오고 2주 후에 했다면 학생들이 불안에 떨지 않았을 거에요. 이태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3차, 4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 속 두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는데 학생들이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요”

이상혁 학생
“9월 학기제 검토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러나 예산이 많이 편성되고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고 교육부는 9월 학기제를 배제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당장 등교를 추진하는 것 보다는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게 우선 아닐까요”

김예지 학생
“교육부는 등교 후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어요. 막연하게 자가격리 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교실에서도 거리를 두고 앉으라는데 과연 이게 올바른 것일까요? 교육부가 실질적인 대안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입시제도를 구체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한편 학생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직접 의견을 표출했고, 지난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긴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박현진 학생
“학생에게도 선거권이 생겨야 학생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겠죠. 정부가 발표하는 교육 대책에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늘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직접 목소리를 내길 바래요”

이상혁 학생
“자신의 권리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학생이 직접 목소리를 높여야 학생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예지 학생
“개학에 대해 학생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무조건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교육부가 과연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 해줄지 의문이지만, 앞으로 있을 변화의 시작이라고 여기려구요”

끝으로 각자 수시와 정시를 앞두고 긴장의 하루를 보내는 세 명의 학생은 학교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임기까지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또 앞장서서 나설 거에요. 두려움도, 막연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 권리를 찾는데 한 발 나아갔다는 점에서 뿌듯해요. 앞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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