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석문면 주민과 ‘설전’

“주민동의 조건 만족 못해도 실시계획 승인 날 수 있다” 여지 남겨
“조건부 승인은 사탕발림?…왜 당진시민만 희생 강조하나” 성토

동부그린발전의 화력발전소가 석문면 주민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승인’이 난 가운데 그나마 한줄기 희망을 걸었던 그 ‘조건’마저 무용지물이 될 모양새다.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측에서 주민이나 당진시의 동의가 없이도 동부발전측에서 지경부에 전원개발 실시계획 심의를 신청하면, 승인을 내 줄 수 밖에 없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0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는 제133차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동부그린발전 측의 발전사업을 ‘당진시장 또는 석문면개발위원회의 유치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는 전기위원회가 민간산업에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허가한 첫번째 사례로 2조2000억원을 들여 2015년 12월 말까지 충남 당진에 5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인 ‘동부그린발전소’를 건설하고, 2016년 1월부터 전력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 당진시는 환경오염문제와 관광업이 받게 되는 타격, 그리고 화력 발전소의 특정지역 집중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펴 왔고 지금도 지역의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에 지난 21일 오전 11시,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김종호 국장과 이병율 사무관이 석문면사무소를 방문. 조건부 승인의 연장으로 김종호 국장이 주민들과 직접 대담을 벌여,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종호 국장은 현재 국내 전력수급의 어려움과 민간의 전기사업허가는 필수 불가결한점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설득에 나섰다.


김종호 국장은 “현재 당진시에 화력발전소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안다. 지리적 이점 때문인지, 기업측에서 당진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 국가에서 일부러 당진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 8개의 경우도 타 지자체 한 지역에 몰려있다. 이 같은 점들을 당진시민들이 감안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는 동부발전에 ‘조건부’ 승인을 내린 상태지만 향후 당진시나 주민들 이유가 타당하지 않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막대한 보상을 요구할 경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도 실시계획 승인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석문면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 석문면 주민은 “주민들이 반대를 해서 조건을 달고 승인을 해주더니 이제 와서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도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것은 당진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특히, 동부발전은 올 하반기 지경부에 전원개발 실시계획 심의를 신청, 내년 초 승인을 거쳐 2~3월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동부측에서 주민들과 진행하고 있는 모든 요구조건을 거절하며 시간만 보내도 허가가 날 수 있다는 뜻 아니냐”며 반발했다.


또 다른 석문면 주민은 “현재 170병상의 요양병원을 동부발전에 요청했지만, 이를 묵과했다. 170석 요양병원이 건립돼야만, 석문면의 고령인구를 대비할 수 있다. 동부발전측에서는 현재 60병상의 요양병원만을 허용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석문 주민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본지에서 입수한 석문면 주민 요청사항에 대한 동부발전의 검토의견자료에 따르면 동부발전측은 35가지의 요청사항 중 요양병원을 포함한 13개의 의견을 ‘불가’했다.


허가한 사항은 모두 지역복지사업기금에 의한 7개사업 뿐, 그 외 모든 요청사항은 ‘보류, 검토, 협의, 협약’등의 명목하에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김종호 국장은 “조건부 승인을 낸 이유는 주민들이 희생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석문면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제시한다면, 이를 토대로 수용범위 내의 건은 수용할 것이며 수용범위 밖의 건은 조율·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진시 관계자는 “석문면 주민들과 동부발전측이 일대일로 해결한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당진시는 발전소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사이며 이철환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국가산업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전기위원회가 방문한 석문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질문이 오가던 중, 5분간 정전사태가 일어났고 “전기발전소에 대해 이야기하다 전기가 나가니, 소중함을 알겠다”는 마냥 웃지 못 할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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