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 짓 배운 수화로 농아인 가족 도와...“아이의 미소가 잊혀지지 않았죠”
농아인들에게 더 따뜻한 세상 만들기 위해 수화교실 봉사 다녀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아름다운’을 뜻하는 수화를 가르쳐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이순숙 씨
‘아름다운’을 뜻하는 수화를 가르쳐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이순숙 씨

이순숙 씨(55)는 얼마 전 당진 북창초와 탑동초를 마지막으로 수화 수업을 마무리했다. 창의체험학교 프로그램에서 매년 재능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는 순숙 씨의 수화교실은 1년에 1번뿐이지만 수화를 배우는 아이들은 순숙 씨를 만나는 날을 즐거워한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면 노래를 응용해 수화를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초적인 대화법을 수화로 가르쳐주죠. 생각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보람되는 일입니다” 

순숙 씨가 수화를 배운 건 6년 전 시청에서 운영하는 수화교실에서다. 40대 후반을 보내면서 울적한 기분이 자주 들었다는 그는 무엇이라도 배우면 좋지 않을까하고 찾았던 것이 수화였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재밌기도 했지만 계속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순숙 씨. 하지만 한 가족을 만나고 순숙 씨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한 아이와 엄마가 가게에서 우물쭈물해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싶은데 수화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말이 안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래서 잘 하지는 못하지만 배웠던 수화로 아이의 어머니와 가게사장님 사이의 대화를 도와드렸어요. 그때 아이가 짓는 미소를 봤는데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 이후로 수화를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화를 배운지 한 달 남짓에 만난 농아인 가족은 순숙 씨가 2년 동안 수화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특별할 것 없이 저물어간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에서 농아인 가족의 미소 짓는 모습이 머릿속을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는 순숙 씨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보기로 결심했다.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농아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순숙 씨는 그들이 겪는 부당함에는 힘이 되어 목소리를 내주었고, 그들이 겪는 아픔에는 같이 아파하며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아이들은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화교실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농아인들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면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수화였기 때문에 계속 더 많은 아이들에게 수화를 가르쳐주려 마음 먹었죠”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떠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 따뜻한 관심의 눈빛을 아름다운 손끝으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이들의 편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는 순숙 씨의 아름다운 수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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