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문화원 정정희 원장


당진군에서 다문화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당진문화원과 건강가정지원센터일 것이다.

 이번 주 본지는 당진문화원이 당진군의 다문화여성에게 어떠한 도움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인터뷰를 했다.
정정희 원장의 당진문화원 생활과 애로사항 그리고 보람을 들어봤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 당진문화원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줄 압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점을 들려주시지요.

“2년 전부터 이주여성을 상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린 문제는 이주여성의 가정이 당진문화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며느리가 당진문화원에서 다른 이주여성들과 어울려 말하고 친해지고 그러면 자기나라로 가거나 도망갈까 봐 가정에서 내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가정 내에서 이주여성이 불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여러 번의 설득 끝에 이주여성의 시어머니나 시댁식구들이 당진문화원에 방문해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어렵게 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주여성들이 첨에 왔을 때 다들 하나같이 표정이 없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 와서 자기표현을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급한 문제가 언어문제라는 것을 알고 언어교육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다 보니 습득이 느렸어요.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과 단둘이 대화하는 것 같은 거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원어민 강사를 쓰자’ 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이것이 이주여성의 직업교육과 문화교육에 성공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원어민 교사를 통해 배우다 보니 가정 내의 문제,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 소외감 등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모국어도 할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워하고 웃음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것 말고는 별로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당진문화원에서는 강압적인 교육이 아닌 이주여성들이 선호하고 즐거워하는 교육을 택해서 하고 이야기도 듣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다보니 잘 따라 와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로 자주 모이고, 또 동아리활동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가며 즐겁게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 이주여성들이 행복한 가정도 있겠지만 어려운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주여성들이 당진문화원을 많이 찾아옵니까?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는지요.

“정말 불쌍한 가정들이 많습니다. 한번은 남편이 장애인이라 직장도 못 잡고 어렵게 사는 이주여성이 있었어요. 아내가 임신 중이었는데 아기가 유산이 됐더군요. 알고 보니 한겨울에 보일러 기름이 없어 차디찬 냉방에서 생활해 유산이 된 거였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또 어떤 이주여성은 여행 가방에 짐을 싸서 문화원을 찾아왔었어요. 알고 보니 집을 나왔더군요. 그래서 시어머니를 찾아가 설득하고 이해시켜 돌려보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가정도 많습니다.

시부모님들이 열린 사고로 며느리도 귀여워 해주고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당진문화원도 노력을 많이 했죠. 베트남학과 교수를 초빙해 이주여성들 가정으로 찾아가 그들이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며 무시해야할 국민은 아니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역사교육도 하고요.

그 후에 며느리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저희 힘으로 안 돼는 심각한 일은 경찰서의 외사담당에게 맡깁니다. 외사담당 형사님들이 자주 찾아오시기도 해요. 그리고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저희보다 체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 당진문화원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저희는 이주여성 사업 이외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보름 민속행사’와 ‘향토문화유적 탐방’, ‘학생백일장’, 문화학교 수강생과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의 향연’, 당진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행했던 행위 및 가락을 재현하는 ‘당진지역 농사행위 발표’, 문화학교 강좌 운영과 소외계층 문화활동 지원사업, 문화원간 교류사업, 우수축제 연구사업, 해외문화 탐방 등 아주 다양하게 활동 하고 있습니다.

저희 당진문화원은 이주여성 뿐만이 아니라 당진군의 모든 군민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기 때문에 당진문화원 홈페이지(dangjin.cult21.or.kr)에 오셔서 둘러보시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 프로그램 중에 잘됐다고 생각하는 사례를 들어주시지요.

한번은 군수님이 저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필리핀 사람이 몇 명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15명이 있다고 했죠. 한국어를 아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런데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문화원에 온지 얼마 안 돼 한국어를 몰랐어요.

그랬더니 한국어를 부지런히 가르쳐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로 보낼 수 없겠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필리핀 이주여성들에게 특별히 한국어교사를 붙여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그해 겨울 10명을 선정해 준비를 마쳤는데 문제가 있더군요.

한국말은 어느 정도 되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영문학박사를 초빙해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교육했어요. 지금은 현재 10명 모두 당진군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군에 내려오는 원어민 예산으로 월급도 주고요. 그들 또한 소득도 생기고 너무 고마워합니다. 지난 추석에는 고맙다고 선물도 보냈더라고요”

# 이밖에 당진문화원에서 새롭게 추진 중인 프로그램이나 계획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와 밀접해지는 조금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며칠 전에 실시했던 이주여성들의 전통 떡 체험과 칠보, 생활도자기 체험 같은 거 말이죠.

예전에 이주여성들끼리 영화도 만들어 세계적인 여성문화제에 참여도 했었는데 너무 잘해서 매스컴도 타고 하다 보니 ‘나도 이 나라의 한 구성원이구나’ 하는 소속감도 느끼고 소외감, 거리감 같은 것이 사라지더군요. 또 문화관광부에서 이주여성 예술단인 ‘어울림’에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주여성정책팀장도 전화가 와 예술단 창단을 극찬하기도 했고요. 전국적으로 장려할 수 있게 노력해보자고 하시더군요. 당진문화원에서 생활해보며 느낀 점이 이주여성들은 참 끼가 많은 것 같아요. 나라별로 특색도 있고 다들 너무 열심히 합니다.

강제성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다보니 기술의 발전에 조금 힘든 점이 있긴 하지만 전문적인 예술단 교육을 해보고 싶습니다”

# 한국남자와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이 늘면서 당진군에도 이주여성과 결혼을 앞둔 남성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과 아직 당진문화원을 접하지 못한 이주 여성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여성들과 결혼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겠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주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본인에게 잘 맞는 여성과 결혼했으면 합니다. 상품 고르듯 여성을 고르지 말고 현지에서 체류해보며 같이 지내보고 마음도 맞고 사랑해서 결혼하는 관계였으면 해요.

그리고 아직 당진문화원을 접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에게는 우리나라 문화를 익히고 본인들 것도 알리고 하는데 가장 좋은 무대는 당진문화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언제든지 와서 공간도 이용하고 참가도 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그들이 찾으면 뭐든지 지원해줄 준비가 돼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길 바래요”

# 취재낙수

당진문화원에서 교육을 받는 이주여성 사이에서 ‘할머니’로 통하는 정 원장. 이제는 길에 지나가는 이주여성만 봐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단다.

이주여성들의 모임에 참여해 쌀국수도 먹고 얘기도 하며 스스럼없이 지내는 정 원장을 길에서 만나면 먼저 달려와 안기며 애교도 부리는 이주여성들. 어쩌면 그들이 당진문화원에 와서 얻은 가장 큰 보물은 한국말이나 친구보다는 든든한 ‘할머니’가 아닐까.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