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 대응 매뉴얼,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전무
안전교육이라고는 “큰 대로변 가지마라” 전달이 전부
당진시 “내년부터 거리청소 중단...안전한 사업 발굴 할 것”

“커브길에서 할머님 한분이 역방향으로 청소하시며 지나가기에 위험하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순간 1차로 중앙가드레일을 할아버님 한분이 차가오는 역방향으로 걸어오면서 청소하더라구요. 진심 놀랬습니다”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당진부동산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내용은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도로변을 청소하는 어르신의 안전에 관한 내용.

글쓴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겨우 야광조끼에 집게 들고 도로변을 청소하라고 하는 것은 사고를 방치하겠다는 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작업하실 수 있도록 신경을 써달라는 공감의 댓글들이 달렸다.

일러스트 이정원 작
일러스트 이정원 작

복지차원에서 실시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오히려 노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이란 65세 이상의 취업이 어려운 어르신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당진시에서는 각 읍면동,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노인회가 수행기관으로 2200여명의 어르신들이 거리청소와 환경미화, 어르신 말벗, 실버카페 등을 시행한다.

올해 당진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59억 원으로 지난 해 43억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렇듯 충남도나 보건복지부의 지침으로 예산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위험관리 대응 매뉴얼은 물론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 중 다치거나 쓰러진 어르신은 2013년 191명에서 2014년 206명, 2015년 324명, 2016년 629명, 2017년 9월 기준 557명에 이른다.

특히, 2018년 기준 5년간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26건이었고 이중 57.7%가 활동 중 또는 활동장소를 오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었다.

“매번 따라다닐 수 없어서”...부실한 안전 교육

당진시의 노인일자리 사업중 거리청소와 환경미화는 주로 읍면동에서 진행된다. 50여명의 어르신이 적게는 3~4명, 많게는 10명이 한 조로 이루어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거리청소를 맡은 어르신들은 매월 10일 동안 오전 중으로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각각 정해진 구역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시간단축 근무로 운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안전교육은 수행기관인 각 읍면동에서 첫날 모든 인원이 집합해 안전교육 내용을 전달받고 추후에 2번 정도 더 실시하는 것이 전부다. 교육 내용 역시 ‘큰 대로변으로 가지 않기, 건강상 이상이 있을시 연락하기’라는 뻔한 내용들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리정화활동에 나선 어르신들이 느끼는 안전체감과 운전자가 느끼는 안전체감의 정도 차이도 생각보다 심각했다.

당진2동에서 2조 반장을 맡은 이정자 어르신은 “할머니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줘도 쓰레기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가서 줍게 된다. 몇 해씩 해오던 일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습관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노인일자리사업으로 거리청소를 하고 계신 대부분의 어르신들 역시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차량으로 인한 위험요소는 없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의 이야기에 “앞으로 더 주의하겠다”며 사과의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당진2동 주민복지팀 인민혁 주무관은 “올해부터는 큰 대로변이 아닌 곳에서 거리정화작업을 하도록 설명했다. 여러 번 안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는 있지만 매번 따라가서 주의를 드릴 수도 없기 때문에 반장어르신이 맡아 각별하게 주의를 주는 정도다. 어르신들이 안전한 곳에서 작업을 하실 수 있도록 살피겠다”라고 말했다.  

당진시청 경로장애인과 한아름 주무관은 “현재로는 읍면동 자체에서 안전교육을 맡고 있는데 안전교육이라고 해도 여러 번 상기시켜드리는 게 전부다. 시청으로도 여러 번 어르신들의 안전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거리청소 사업을 접고 어르신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하실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진시의 계획대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한다고 해도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고령자들이다. 노화에 따른 위기 대처능력 감소로 사고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방지매뉴얼,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등의 현장중심의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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