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조합원으로 시작...매실한과 탄생시키고 6차산업수익모델 시범사업으로 발돋움
“이 조그만 마을에 한해 만 여명이 방문해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이 작은 농촌마을에서!”

백석올미영농조합의 메인 포토존에서 할머니들의 단체사진
백석올미영농조합의 메인 포토존에서 할머니들의 단체사진

“내가 건강하고 즐거울 수 있고, 자식들 용돈 안 받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위축됐던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생겨서 좋아요!”(전통4대장·조청 할매  65세 황오연)

“집에 있으면 아파도 여기로 일하러오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평생 집에서 살림살고 농사짓고 손주 둘 봐주면서 지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월급도 처음 받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 어깨가 쫙 펴져요~”(한과 할매 76세 김인순)

“귀농만 9년째지만 이제 막 날갯짓하는 4개월 된 병아리 할매예요. 언니들한테 잘 배워서 멋진 백석올미 할매가 될 거예요!”(햇병아리 할매 59세 한신축)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순성면 백석리에는 뜻있는 할머니들이 마음을 모았다. 백석리 부녀회 마을사업에서 시작한 백석올미영농조합은 농촌마을 소득사업을 위해 부녀회원 33명의 쌈짓돈 200만원씩을 출자해 당진 쌀을 이용한 한과생산 판매를 계획했다.

“농림부가 주관하는 농어촌개발사업을 부녀회가 시작했죠. 농촌 부녀회는 사실상 할머니들뿐이니까 자연스럽게 할머니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고 또 아무리 농사를 많이 지어도 소득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웠으니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부녀회가 모여서 생각했지요”

33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순성에서 나는 매실로 매실한과를 탄생시키고 12년도에 마을기업으로, 14년도에는 도가 지원하는 6차산업수익모델 시범사업으로 발돋움하면서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자립형 사회적기업이 됐다.

“사회적 인증기업으로 지원하는 기간이 끝나면서 더 이상 지원을 받지 않게 됐고 자연스럽게 자립형 사회적기업이 된거죠. 어떻게 보면 당진에서는 사회적기업 사람, 더부러, 쌀밥도시락 등과 함께한 사회적기업의 역사 속에 우리 백석올미도 함께하는 거죠”

자립한 사회적기업으로 현재는 83명의 조합원과 20명의 할머니들이 백석올미영농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다. 백석올미가 자립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들의 ‘능력’에서 비롯됐다. 김금순 대표할머니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밌는 만화를 보여주겠다며 웹툰화 예정중인 ‘할매들의 반란’을 살짝 보여줬다.

“백석올미의 역사를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서 만화에 담았어요. 처음은 해나루 쌀을 이용한 한과로 시작했지만 크게 인기가 없었던 어려움도 겪죠. 그러다가 한 할머니의 실수로 매실한과가 탄생하게 되고 또 조청을 기막히게 잘 만든다는 할머니의 노하우로 조청이, 장아찌 천재라는 할머니의 장아찌를 상품화 하는 등 우리 땅, 우리 동네에서 나는 것으로 우리 동네 슈퍼처럼 백석올미를 채워간 오늘이 다 담겨있어요”

알면 알수록 맛있고 재밌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은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농촌체험을 계절별로 전문가 할머니들과 체험학습을 운영한다. 이를 토대로 김 대표할머니는 방문객과 지역농산물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의 농촌마을 히어로급 능력을 자랑했다.

“맛깔나고 정성스런 식품을 만드는 것도 만드는 거지만 할머니들이 잘하는 것을 바탕으로 농촌체험까지 사업을 넓히게 됐어요. 고구마 캐서 맛탕 만들기, 매실 한과·초콜릿 만들기, 김치·고추장 담그기, 시골밥상 체험, 천연염색, 전통매듭공예, 서각체험 등등 이 조그만 마을에 한해 만 여명이 방문해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이 작은 농촌마을에서!”

정년 80세까지는 백석올미영농조합에서 웃고 떠들며 즐거운 농촌직장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하는 김 대표할머니는 사회적기업으로 백석올미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묻자 미소지으며 답했다.

왼쪽부터 전통4대장·조청 할매 황오연(65), 매실한과 할매 김인순(76), 햇병아리 할매 한신축(59)
왼쪽부터 전통4대장·조청 할매 황오연(65), 매실한과 할매 김인순(76), 햇병아리 할매 한신축(59)

“표면적으로는 취약계층인 할머니들의 일자리창출과 지역농산물의 경제활성화겠지만 백석올미만의 가치는 모든 운영은 공동체로 이루어지고 무엇이든 ‘같이’ 하고 ‘같이’ 책임진다는 겁니다. 백석올미의 운영이 어려우면 너도나도 할머니들이 집에서 고추면 고추, 쌀이면 쌀, 마늘이면 마늘 등 농사지은 작물을 흔쾌히 내어놓는 할머니들이거든요”

하루하루 또 다른 발돋움으로 농촌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할머니들은 6월부터는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된장, 고추장등의 장류와 농산물을 당진 관내 학교로 제공하고 있다. 학교마다 신청만 하면 언제든지 할매표 안전먹거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할머니들은 설명했다.

으뜸 올[兀], 맛 미[味].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우리나라의 대표 할머니 브랜드로 당진을 전국에 알리는 1등 할머니가 될 목표로 즐겁다.

“우리 마을 백석리뿐만 아니라 당진의 다른 마을에도 우수한 농작물 등이 참 많잖아요? 우리 동네에 없거나 부족하면 옆 동네에서 구해와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죠! 앞으로도 당진의 지역농산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할머니들은 연결고리의 역할을 부지런히 해나갈 거예요!”

순성면 백석리의 백석올미영농조합의 개성만점 할매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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