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위한 행복한 한 끼 준비
춘화 씨의 ‘가보자 돼지나라’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한 달에 한번 어르신들의 맛있는 한 끼를 준비하는 춘화 씨(53)와 든든한 조력자인 루나 씨(37)
한 달에 한번 어르신들의 맛있는 한 끼를 준비하는 춘화 씨(53)와 든든한 조력자인 루나 씨(37)

매월 어느 토요일 읍내동에 위치한 식당인 가보자 돼지나라에서는 40명의 어르신들을 위한 행복한 점심준비로 바쁘다. 칭찬릴레이 24번째 주인공인 고춘화 씨(53)가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딱 1년만 고향에서 쉬자며 당진으로 와서 그만 발이 묶여버렸다며 웃으며 설명하는 그녀는 1년 전 식당을 인수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반딧불 나눔 재단의 소개로 40여명 어르신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다.

“남편과 함께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와서 조금만 쉬자던 게 벌써 10년도 더 됐어요.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한 건 이제 딱 1년 됐나봐요. 가게를 인수하면서 시작했으니까요”

춘화 씨가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된 건 그녀가 처음 식당 서빙 일을 했던 한 식당에서 시작됐다. 그녀가 일하던 곳의 사장님은 틈틈이 독거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했고 춘화 씨는 나중에 자신이 식당을 하게 되면 자신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꼭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마음은 있어도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한다는 게 참 어렵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에서 할 수 있으면 그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이제는 어엿하게 식사를 드릴 수 있는 식당을 하게 되었으니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죠”

한 달에 한번, 어르신들은 춘화 씨의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식당을 방문한 다른 손님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하루정도는 어르신들이 든든하게 식사하고 어울리고 노시다가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식사만 하고 가시면 너무 섭섭하잖아요. 장소도 있고 음식도 있으니까 어르신들이 즐겁고 또 행복한 날로 있다가 가실 수 있으면 하거든요”

사실 춘화 씨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부모님을 떠올린다고 했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6년 전 떠나보낸 아버지를 그녀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부모님을 뵙는 듯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아서 식당을 운영하는 동안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춘화씨는 좋은 일에 함께 열심히 해주는 루나 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직원이지만 저와 함께 봉사하는 든든한 친구에요. 사실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라고 하면 본의 아니게 어르신들에게 기분 상하게 응대를 할 수도 있는데 루나 씨는 항상 밝고 어르신들께 예의바르고 정말 친절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우리 루나 씨와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참 고마워요”  

한 달에 한번, 춘화 씨의 식당에서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달콤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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