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 깃든 이주여성들


현재 당진에 308가정의 이주여성이 있다. 그리고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당진에 정착해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위에서 도움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진문화원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이주여성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당진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영어선생님으로 당당히 활동 중인 ‘에밀리따’

베트남에서 온 에밀리따(34)씨. 8년전 베트남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 후 당진에 오게 됐다. 처음 당진에 왔을 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각오는 했지만, 에밀리따 역시 낮선 타지에서 적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남들처럼 막막했습니다. 한국말이 어렵잖아요. 지금까지도 의사소통이 서툴러요. 남성이 우선인 문화차이도 적응하기 힘들었고요. 그리고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웠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영어선생님’입니다. 영어를 가르친 지 6년쯤 되어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인정을 받아 초등학교와 학원, 과외, 문화원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원에서 영어수업을 한지는 6개월 정도 됐는데 배우는 분들이 반응이 좋으세요”


현재 당진문화원에서는 약 10여명의 주부들이 에밀리따에게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 다양한 체험활동, 심심할 틈이 없어요

지난 25일, 석문면 교로리 소재의 오두막 향토음식체험장을 찾은 다문화가정 여성 20여명은 즐거운 체험활동을 하고 왔다. 우리지역의 주요 농산물인 쌀과 단호박, 고구마, 딸기, 쑥 등을 활용해 찌는 떡, 지지는 떡, 빚는 떡 등 잊혀져가는 전통 떡만들기를 체험한 것.


이날 이주여성들은 무지개떡, 수수부꾸미 등 전통 떡을 만들며 한국 문화를 배워갔다.
2000년 9월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띵야핑씨. 특히 요리에 관심이 많은 띵야핑씨는 남들보다 떡만들기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문화원에 와서 여러 곳도 가보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체험이라 더욱 재미있고요. 집에 있는 재료로 떡을 만들면 남편이랑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요. 어서 집에 가서 만들어주고 싶네요(웃음)”


이밖에도 이날 짚토전통문화체험관에 들른 다문화 여성들은 칠보 열쇠고리와 흙을 이용한 생활도자기 만들기에 도전했다. 세심한 손길로 공예품을 만드는 이주여성들은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만들기 시작했고 완성된 머그잔을 서로 돌려보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 맛있는 한국 요리로 남편에게 사랑받아요

당진문화원의 이주여성들은 일주일 중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바로 요리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당진문화원은 당진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이주여성 창업을 위한 요리교실’에 연계해 3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당진요리학원에서 요리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요리도 서툴러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항상 미안했지만 지금은 요리 실력을 키워 남편들과 가족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날도 이주여성 10여명은 당진요리학원에 나와 열심히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탐티호아(베트남, 22)씨.
“오늘은 ‘소등심 숯불구이’를 만들었어요. 당진문화원에 와서 요리수업에 참여해 많은 요리를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하고 맛도 이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모두가 맛있다고 해요. 요리를 배운 날에는 집에 돌아가 다시 요리를 만들곤 하는데 남편이랑 가족들이 다 좋아하세요. 요즘은 요리수업 가는 날을 남편이 먼저 챙기곤 합니다(웃음)”


이주여성들을 인터뷰 하다보면 대부분이 어린나이에 한국에 와 요리를 미처 배우지 못하고 온다고 한다. 그런데 당진문화원에서 요리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자신감과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이주여성들.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가르쳐주는 진희연(27)강사의 말을 들어봤다.


“모두들 배움의 열의가 대단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물어보고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고 노력합니다. 심지어는 한국 사람보다 마늘이나 액젓 같은 재료들을 더 많이 찾고 음식 스타일도 고향보다 한국스타일이 많이 배어 있는걸 보면서 ‘한국사람 다됐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하죠. 어려운 수업인데도 모두 잘 따라오시고 맛도 훌륭해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껴요”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그들의 손에는 그날 배운 요리가 들려있다. “이거 뭐에요?”하고 물으니 얼른 집에 가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들의 웃음은 때 묻지 않고 밝기만 하다.

# 저희가 주인공이에요!

당진문화원은 이주여성들의 단순한 체험활동이나 교육 외에도 당진의 한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될 일을 계획했다. 바로 ‘다문화 예술단’과 ‘찾아가는 다문화교육’등 이주여성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활동이다.


당진문화원은 지난해 다문화 예술단 ‘어울림’을 창단해 전국규모 외부행사나 지역행사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바쁜 집안일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연습을 한다. 시간에 치여 매번 지치고 피곤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몰두한다.


요즘 이들은 10월 2일부터 열리는 ‘전국쌀사랑음식축제’에서 선보일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등 개인적인 문제로 베트남 팀 6명만 준비 중에 있는데 당진문화원에 모여 춤과 노래 등을 연습중이다. 전국규모의 큰 행사에서 선보이는 공연인 만큼 떨리고 부담도 크지만 연습중인 이들의 눈빛에선 사뭇 진지함이 엿보인다.


또한 초등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등을 가르쳐주고 직접 그 나라의 음식을 조리해 맛도 보는 ‘찾아가는 다문화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태국과 베트남, 두 나라를 주제로 잡아 올해 5개 학교에 실시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학교의 반응이 좋으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태국과 베트남 이주여성이 전통의상을 입고 학교에 찾아가 그 나라의 전통 춤과 유명한 문화 유적지를 설명하고 간단한 회화를 배워보는 시간으로 이뤄지는데 학생들은 처음 접해보는 태국과 베트남의 문화에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또한 다문화여성들은 태국과 베트남의 대표음식인 팟타이와 월남쌈을 학생들과 직접 요리해 맛을 보는 등 살아있는 교육을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실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차다고 했다.

# 취재낙수

5주간 많은 다문화여성들을 만나오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인터뷰 섭외가 됐다가도 취재당일 취소가 되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집안의 어르신들이 꺼린다는 이유였다. 처음 기사를 기획했을 때 인터뷰 요청을 남편들에게 했었다. 그러나 취재승낙을 받은 것은 딱 1가정뿐. 처음 다문화 특집기사가 실린 신문이 나간 후 몇몇 남편들이 마음을 열긴 했지만 10명중 1명꼴이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무엇이 부끄럽고 무엇을 숨겨야 해서 인터뷰 요청을 완강히 거절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마음을 조금만 열면 모두가 이웃이고 정다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이주여성들은 단순히 우리나라에 일을 하려고, 결혼을 하려고, 부자가 되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큰 뜻과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오는 것이다.

물론 순진한 사람 속여서 사기치고 도망가는 이주여성도 없지 않지만, 경찰관계자는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알아본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주여성들을 학대하는 남성들에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그들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다.
(주위에 학대당하는 이주여성 이웃이 있다면 주저 말고 가까운 경찰, 지구대나 이주여성긴급전화(1366)로 전화하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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