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까지 안스갤러리에서 전시
예당호·드르니항 등 내포의 풍경과 화가의 ‘풍경’을 그려내다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강연희 화가의 ‘내안의 풍경’전이 오는 31일까지 안스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는 예당호, 드르니항 등 내포지역과 화가 스스로가 경주, 제주도 등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성을 유화작품으로 담아냈다.

강 화가의 캔버스는 넓지 않지만 작품 속 공간은 광활하다. 지난 전시에서 작품 속 공간을 알아보는 관람객들은 어디쯤이 내 동네, 내 집인지 또 자주 가는 단골가게가 어디 있는지 보인다고 할 정도다.

강 화가가 그리는 그림은 자신의 이야기다. 초창기는 구멍, 탄 흔적, 나침반 등이 작품에 등장해 공허했던 방황의 시기를 그려냈지만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그녀가 아이들의 고민을 마주하게 되면서는 위로를 건네는 인물화를 그렸다.

“아이들도 고민과 상처가 있더라고요.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다가 학교를 가게 되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시간을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의 옆에 엄마를 그려줬어요. 그렇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와 저 모두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죠”

갑작스런 남편과의 사별로 두 아들을 맡아 키워내는데 온 마음을 쏟아야했던 강 화가는 학원의 아이들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한 번도 그리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가족을 그려내기로 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래는 우리 가족의 희망과 꿈이죠. 어미고래는 저고 아기고래는 우리 아이들이죠. 함께 헤엄치며 역경을 헤쳐 나가는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어미고래가 아기고래를 업고 가고 또 나란히 가면서요”

큰 아이가 건넨 ‘엄마가 그림을 계속 그렸으면 좋겠다’는 말에 2008년 대학원에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진짜’ 자신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철없던 날에 비하면 그때부터는 작품의 깊이와 무게도 달라졌다. 가장 아끼는 그림은 밤새서 그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학업으로 바쁜 시기는 아이들이 귀가 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그림으로 채웠다.

작품을 보면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설명하는 강 화가의 작품은 대체로 잔잔하고 회색빛의 톤을 주로 사용하는 점 때문에 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작품들에는 하나둘 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어미고래는 홀로 여행 중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어미고래도 자유를 찾았어요. 방향을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편안함은 있죠. 항상 주변에서 색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제는 색이 조금씩 생기고 있죠” 

하늘을 보고 뻥 뚫리는 기분을 받은 날부터 자연스럽게 하늘을 좋아하고 내안의 풍경 즉 마음을 하늘로 표현하게 됐다는 강 화가는 비오는 날과 푸른 날이 있는 것처럼 풍경이 가지는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표현기법도 세밀한 붓에서 단순하고 거친 힘이 있는 나이프로 바뀌기도 한 강화가의 작품은 단순해지면서 비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산으로 가고 비우기위해서는 바다로 간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작품이 많이 단순하고 여백이 많아서 처음에는 너무 비었나 고민했는데, 그 말을 접하면서 아.. 내가 마음을 비우러 가고 있구나...하고 깨닫게 됐어요”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하게 마음을 비워가면서 스스로의 풍경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면 좋겠다는 강연희 화가의 이번 전시회를 올 여름의 끝자락에서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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