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당진군 장애인 볼링교실


▲ 당진군 장애인 볼링교실 회원들의 단체사진

 

휠체어에 앉아 볼링핀을 노려본다.
물론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잠근 후, 몸을 왼쪽으로 기울인 뒤 어깨와 팔의 힘만으로 공을 들어 가볍게 놓는다.


스트라이크는 아니지만, 볼링공이 핀을 맞추기라도 하면 그보다 더 많은 환호와 박수, 그리고 밝은 미소가 볼링장에 가득하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호기심으로, 그들의 표정과 모습을 지켜 보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장애인이라는 편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어느샌가 마음이 따뜻해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장애를 희망으로”

사무국장


사실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그리 많지 않다. 있어도 주위의 편견 때문에 마음놓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달 26일 찾아간 신평 볼링장에서는 당진군 장애인 볼링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장애인 볼링교실은 지난 4월부터 현재 회원수 20여명으로 당진에 위치한 충남 장애인 볼링협회(회장 김평호)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날 만난 이상훈(37)사무국장 역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이씨는 “회원분들이 처음에는 부끄러워하고 밖에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하셔서 회원을 모집하는데 있어 힘든점이 참 많았죠. 주위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보시기도 했구요”라고 회상한다.


이어 그는 “그런말을 들을수록 오히려 더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희에겐 희망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어렵게 장애인분들을 설득하고 주위에서도 좋게 보아주시고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셔서 어렵사리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또, “지금은 회원분들과 비장애인분들도 저희와 같이 어울려주시고 아무 스스럼없이 너무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너무 기쁘죠”라고 덧붙였다.


김평호 회장
#“평균 에버러지 60~70(?) 마음은 퍼펙트!”

원래 볼링은 뒤쪽 라인에서 달려오는 힘으로 스피드를 붙이고, 훅의 힘을 싣는 것이 노우하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제자리에 앉아서 어깨와 손목의 힘만으로 공에 스피드를 붙이고 훅을 넣을 수밖에 없고,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파괴력을 높히기 위해 무거운 공을 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균형이 중요한 볼링에서 공의 무게로 인해 넘어가는 상체 때문에 다른 한 손으로는 휠체어를 꽉 붙잡아야 하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의 볼링실력은 평균 60~70정도, 완전 초보라고는 아니지만, 대부분 초보 수준이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마음과 열정만은 일류급 프로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들에게 볼링장을 제공하고 있는 신평볼링장 강대국(60)대표는 “한번 쳐보질 못했으니 처음에는 볼링핀도 못맞추는 완전 초보였지. 그래도 이제는 일반인들과 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잘치는 사람들도 꽤많아. 실력이 얼마나 빨리 늘던지, 나도 놀랄때가 많아”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나도 다른 손님들이 장애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불편해할까봐 걱정이 많이 됐었지.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타 동호회분들이 더 좋아하시고 때로는 직접 교육도 시켜주고 있어서 정말 뿌듯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편견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

충남 장애인 볼링협회 김평호 회장은 “어렵게 만들어진 당진군장애인볼링교실은 현재 도에서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신평볼링장을 비롯, 개인적인 후원덕분에 유지될 수 있다”며 “군과 도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들 중에는 오는 10월 5일에 열리는 제 28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 참가해 메달을 목적으로 힘겹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도체육회에서 받는 지원금은 200만원. 이 금액으로는 1주일에 한 번 볼링을 치는 것도 빠듯하다.


김평호 회장은 “편견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 입니다. 전국 장애인 체전과 전국 장애인볼링대회가 치러진 후 올림픽처럼 다시 저희 장애인들에게 무관심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두렵습니다”라며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지원과 후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장애는 주위의 도움도 절실하지만, 우선은 본인 스스로가 극복해내야 합니다. 집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볼링과 같은 스포츠를 통해 장애는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장애는 몸이 아닌 마음에 있다고 합니다. 장애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 낼때야 말로 장애는 오히려 질병이 아닌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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