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이선우 작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 놀라게 하는 핸드폰 진동 알림. 스팸문자라도 받은 양 기분이 나빠진다. 환경부에서, 충청남도청에서, 충청북도청에서 마구마구 안전 안내 문자라는 것들을 날린다. 그렇게 문자폭탄에 시달리기를 벌써 얼마인가. 여러모로 괴로운 나날이다. 사람들 사이에선 시끄럽고 신경 쓰이고 짜증까지 유발하는 미세먼지 문자 차단 방법이 돌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당부 문자도 이어졌다. 꼭,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달라는 당부 말씀. 개학을 하고서도 계속되는 당부, 당부, 또 당부. 마스크 쓰는 걸 갑갑해하는 두 녀석에게 나 역시 틈만 나면 이야기 했다. 엊그제도 저녁을 먹으며 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일장 연설을 하는 중이었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라는 게 있는데 이건 몸속에서 필터 역할을 해주는 폐에까지 들어간대... 어쩌고저쩌고....”“마스크 안쓰면 누구 손해?! 니 손해겠지?” 그제야 밥 한 숟갈을 입에 넣는 나에게 조용히 밥그릇을 비우던 큰아이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럼,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다 마스크 안 쓰고 일하던데?” “앞으로는 쓸거야. 안 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그리고 너희 같은 아이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항상 꼭 써야해.” 생각지 못한 질문에 대충 이렇게 답을 해주긴 했지만 입 속에 밥알이 모래알처럼 맴돌았다. 그들은 앞으로 미세먼지 아니 더 위험하다는 초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 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마스크는 선택의 문제였다.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어른들을 보며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마스크를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될 정도로 대기질이 최악이다. 가능하면 마스크를 안 쓰려고 요리조리 피하던 아이도 얼굴에 맞춰 마스크 고무줄을 조이며 집을 나선다. 오늘도 운동장에는 못나가겠다는 푸념을 남기고.  

얼마 전 한 매체의 실험보도를 보니 반복해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필터링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버리는 게 낫다고 한다. 조금 더 좋은 효과를 가진 마스크를, 매일매일 쓸 수 있도록 구비하려면 결국 돈이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살피고 아이용과 성인용 고르고 가격까지 따지다보면 한나절. 10만 원짜리 마스크까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주머니 사정 봐주지 않는 미세먼지는 멘탈까지 쥐락펴락 한다. 

어느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 깔끔한 모양새의 공기청정기 사진을 보았다. 그 아래 달린 댓글에는 그 녀석에 대한 호평이 주르륵 달려있다. 나도 모르게 검색 모드 돌입,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말로만 듣던 몇 백 만 원짜리 공기청정기들이 한 페이지 가득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게 아닌가. 수에 약한 나는 가격표를 보면 항상 끝자리부터 일일이 셈을 한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 백만?! 혹시 더 비싼 것도 있나 찾아보다 까무러칠 뻔 했다. 무려 천백만원에 달하는 공기청정기가 보란 듯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TV에서는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 부부가 나와 집안 살림을 공개하며 방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인 시대 아니냐고 되묻고, 뉴스에서는 온통 뿌연 세상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고등어를 모함하며 미세먼지 원인이라고 지목해 실소를 머금게 했던 과거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실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바랍니다.”, “대중교통이용바랍니다.” 매일 같은 문구로 반복되는 미세먼지 안내 문자는 ‘거기서 알아서 잘 살아보라’고 읽힌다. 머지않아 공식적인 황사가 몰려올 차례다. 나는 황사용 마스크를 또 알아봐야 할 테고 어쩌면 비싼 공기청정기에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실험실에 갇힌 쥐처럼 숨 막히는 날들이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