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이다은 기자]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다. 지난 영화는 DVD나 TV를 통해 보거나 핸드폰을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가 흔해진 요즘, 울림이 있는 영화와 관련 책, 공연이나 전시 등을 연결하여 소개하려 한다. 깊이 보고 넓게 이해하는 영화 이야기, 그 첫 번째 영화는 ‘말모이’다.

‘말모이’는 1910년 주시경 선생이 쓴 순우리말로 ‘말을 모으다’의 뜻을 가진 우리말 사전이다. 선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전 편찬이 중단되고, 그 뜻을 이어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회를 거쳐 조선어학회를 통해 사전 편찬 작업이 이어진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사전 편찬 작업과 조선어학회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인물인 조선어학회 이극로 선생을 모델로 한 류정환(윤계상 분)과 두 아이의 평범한 가장인 까막눈 김판수(유해진 분)을 주인공으로 그 시대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다양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강화된 민족말살정책은 내선일체의 구호 아래 창씨개명과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였고, 이에 맞서 조선어학회는 한글맞춤법통일안에 이어 지역별로 표현이 다른 말들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 작전‘으로 완성된 조선어표준어사정안을 만들게 된다. 학생과 지식인, 지역, 성별과 배움의 차이를 떠나 ’말모이‘로 하나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이며, 글이 민족의 생명인지를 이해하게 한다.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동안 웃고, 울고, 감동을 모두 느끼게 해준 영화다. 민족말살정책, 주시경 선생, 조선어학회 등 역사적인 지식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그 안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지켜낸 것들의 이야기들을.

국립한글박물관 말모이 원고
국립한글박물관 말모이 원고

영화 ’말모이‘의 감동을 안고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열리는 우리말 사전 특별전 ’사전의 재발견‘을 주제로 영화 ’말모이‘를 통해 알려진 최초의 우리말 사전 ’말모이‘ 원고와 조선어학회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 동안 작성한 원고의 최종 수정본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지난 12월 25일 끝나는 전시였지만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올 3월 3일까지 연장되었다.

영화와 함께 생각난 책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다.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고, 가장 완벽한 언어다. 이를테면 어떤 백성들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견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프랑스어를 우리들은 소중하게 지키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불행한 역사와 자국어를 지키려는 선생님의 모습이 영화와 닮아있다.

3·1운동 100주년, 영화가 주는 감동과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역사를 찾아보는 전시, 그리고 책이 주는 뭉클함으로 들여다본 ‘말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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