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 산책>박 기 술 / 호서고교 부장 교사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다.
높고 파아란 하늘과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의 멋진 모습들, 툭 벌어져 발그레 내민 밤송이를 비롯한 풍성한 먹거리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며 또한 사색의 계절이기도 하다.
책읽기에 가장 적당한 계절로 그간 책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이 가을엔 책을 가까이하며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책읽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 또한 책 한 권을 골라보려고 서점에 들러보았다.


서점의 많은 손님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학생이 보였다.
엄마는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문제집을 사라고 하고 아이는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만화책을 고른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만화책과 문제집 모두를 사 가지고 나가면서 엄마는 “너 이 문제집 다 풀고 그 책 보아야 해!” 하며 서점을 나갔다.


우리나라에 공부하는 어린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얼마 전 실시했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해 초등학교 6학년생, 중학교 3학년생, 고등학교 1학년생 모두가 성적향상을 위해 긴장했었고, 특히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매우 초조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일류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초조하고, 성적이 보통인 학생들도 좋은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 초조해 하고 있다.
어떤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자녀들의 학업성적을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학생 본인과 부모가 있는 힘을 다하여 명문대에 들어간 후에도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또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해외 유학, 어학연수, 그것도 안 되면 졸업 연기, 거기에 외모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성형수술 등 등…….


그러다 보면 우리의 젊은이들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이나 소질을 찾기 위한 고민이나 노력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시험을 치러 성적을 올리기 위한 점수기계가 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10~20대를 허탈하게 보내게 됨을 왜 생각하지 않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철학 정신을 깨워 보자.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할 말이 많다.


교육정책가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교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교육제도가 잘못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그런데 아무도 속 시원한 대안을 찾지 못해 교육정책 가들이 던져놓은 정책에 그저 따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학벌주의, 일류주의를 벗어나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원대하게 설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이 가을에 생각해 보자.


특히 기업가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잣대를 학벌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을 바르게 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순위는 아닐까?
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소신(작은 철학)이 우리의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우리 학생들 모두가 밝고 건강한 사회를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아름다운 모습이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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